IT가 벤처캐피털 투자 업종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분야로 파악됐다.
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국내 벤처캐피털의 지난해 업종별 회수손익을 조사한 결과, IT 분야가 1842억원 투자에 3294억원을 회수해 단순수익률이 78.8%로 가장 높았다. 정보통신에 이어 일반제조가 71.1%를 기록했으며 서비스·교육(46.2%) 생명공학(35.9%) 원료재생·환경복원(31.8%)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펀드 결성 지원으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문화콘텐츠 부문 수익률은 12.5%에 불과했다. 문화콘텐츠 가운데 게임소프트웨어 수익률은 503억원 투자에 761억원을 회수, 50%를 넘었다.
벤처캐피털업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 내부수익률(IRR)에서도 IT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단순수익률은 투자회수 금액에 대한 투자규모만을 고려하는 반면에 IRR는 투자기업별로 회수금에 손실을 상각 처리해 투자 잔액이 제로(0)인 곳을 대상으로 파악한다. 지난해 정보통신 IRR는 10.42%를 기록해 투자규모가 크지 않은 원료재생·환경복원(18.82%) 생명공학(15.3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일반제조와 문화콘텐츠 IRR는 5.40%와 4.83%로 낮았으며 서비스·교육과 유통업종 IRR는 -8.84%와 -2.93%를 나타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IT는 빠르게 성장하는 대표적 산업으로 벤처캐피털 투자모델에 가장 적합한 부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수익률이 좋게 나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의 눈
이번 조사결과는 비(非)IT 부문 투자가 유독 많은 우리 벤처캐피털산업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국내 IT벤처에 대한 투자규모는 920억원으로 일반제조(1295억원)나 문화콘텐츠(1239억원)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IT 투자가 86억8500만달러로 전체 40%를 차지하고 일반제조와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47억1000만달러와 14억2300만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콘텐츠와 일반제조 투자가 많은 데는 정부 영향이 크다. 민간의 자발적 출자가 부진하자 정부가 나섰고, 그 과정에서 문화와 일반제조 펀드가 대거 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며 단기간에 자금을 회수(Exit)해야 하는 벤처캐피털업계가 그들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회수만을 고려해 상장(IPO) 직전기업, 대기업 협력사 등 검증된 기업에만 투자를 하거나 또는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나눠 먹기식 투자’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지난해 대표적 성공 벤처투자 사례로 3~8배의 수익률을 세운 멜파스(터치스크린·이하 주요 생산품), 모린스(터치패널), 사파이어테크놀로지(LED 부품), 실리콘웍스(디스플레이용 반도체), 크루셜텍(모바일 입력솔루션) 등 5곳을 꼽았다. 모두 IT업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털과 IT산업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책적 목적도 중요하지만 벤처캐피털 본연의 역할을 고려한 자원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 주현 중소·벤처기업실장은 “효율성 측면에서 벤처캐피털이 높은 성과를 내는 분야로 자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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