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PNG)이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6일 정부 및 관계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 등으로 우리나라에 PNG를 공급하는 것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중국과 일본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경쟁으로 한국의 협상력마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흔들리는 러시아=PNG의 경우 러시아 블라드보스톡과 북한 경성·고산을 거쳐 인천과 평택 생산기지를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한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러시아가 공급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러시아 내부에서도 천연가스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추진 상황으로 봐선 2017년이나 돼야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처음엔 러시아가 PNG에 관심이 많았는데 굳이 북한을 경유하는 힘든 길을 선택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5억 중국, 도시가스에 맛 들였다=중국은 최근 도시가스 주배관망을 동서로 연결하는 ‘서기동수 프로젝트’에 따라 주요 도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업체만 중국 내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억 중국이 도시화되면서 도시가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국은 최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장기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에 오는 10일 이전까지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과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며 계약이 성사될 경우 중국은 향후 30년 동안 동과 서 두 개의 파이프를 통해 매년 6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받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사용량 400억㎥를 훨씬 넘어서는 양이다.
◇일본, 전력난 해결은 천연가스로=대지진 이후 후쿠오카 원전 가동 중단에 따라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도 발전용 LNG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현재 일본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LNG 탱크터미널을 짓는 안을 갖고 러시아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연산 500~1000만톤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다.
남의 돈을 쓰기 싫어하는 러시아의 특성상 가즈프롬이 100% 투자해 탱크터미널을 짓고 일본에 LNG로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LNG 도입이 가장 현실적=정부나 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PNG보다는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배로 들여오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이 경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나 사할린 탱크터미널을 통해서 가능하다. 블라디보스톡은 현재 일본과 러시아가 탱크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며 사할린은 터미널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스공사 한 관계자는 “현재 LNG로 들여오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고 목표는 2015년~2017년으로 잡혀있다”면서도 “서두를 경우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어 신중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