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업체들이 터치스크린용 강화유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강화유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코닝이 애플·삼성전자 등 선두업체에 우선 물량을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패드2 출시 이후 스마트패드 시장이 촉발되면서 강화유리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후발업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닝에 이어 강화유리 원소재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최근 대지진 여파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강화유리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작스러운 암초를 만난 것이다.
가장 큰 수요처인 애플이 당초 아이패드2에 적용했던 아사히글라스 ‘드래곤트레일’을 포기하고, 코닝 ‘고릴라’ 유리를 다시 채택했다. 가뜩이나 수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아이패드2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후발업체들은 고릴라 유리를 구경조차 하기 힘든 처지다. 터치스크린 가공 업체 관계자는 “요즘 강화유리 제조업체들은 최우선적으로 애플에 물량을 배정하고, 그 다음이 삼성전자”라며 “중하위권 스마트폰 업체들은 강화유리 업체에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고 말했다.
스마트패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애플조차 강화유리 원소재 공급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내년이면 면적 기준으로 스마트폰보다 스마트패드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2에 아사히글라스 드래곤트레일을 적용하며 구매처를 다변화하려했던 것도 이 같은 불안이 반영된 결과다.
LG전자·HTC 등 메이저 업체조차 고릴라 유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지 못해 일부 신제품에는 소다라임 유리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스마트패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델·에이서 등은 애초부터 고릴라 유리 채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코닝 측은 “세계적으로 고릴라 강화유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한때 공급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고객사에는 안정적으로 공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수 기자 goldlion2@etnews.co.kr
<뉴스의 눈>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업체들이 고릴라 유리에 목을 매는 것은 무엇보다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패널 커버에 사용되는 강화유리는 원소재인 유리를 화학 처리해 제조하는데, 고릴라는 강도와 유연성이 가장 탁월하다. 제품을 떨어뜨리거나 휘었을 때 파손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드는 셈이다. 고릴라 유리가 일반 소다라임 유리보다 두세 배 비싸도 항상 공급 부족을 겪는 이유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 개발 초기부터 코닝의 고릴라 유리를 사용했다. 스티브 잡스 CEO가 풀터치 디자인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강도를 만족시키는 소재가 고릴라 유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렌즈테크놀로지 등 중국 강화유리 업체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준 것도 커버 유리의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코닝의 원소재 독점에 맞서 아사히글라스는 지난해 드래곤트레일을 야심차게 출시했다. 드래곤트레일은 일반 소다라임 유리보다는 훨씬 우수하지만, 여전히 고릴라 유리 성능의 80~9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글라스가 생산을 완전히 정상화하더라도 강화 유리 시장에서 코닝의 독식 구도를 깨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