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7일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등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벌였다. 대정부 질문 셋째날인 이날 여야는 국정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인 한편, 감세와 물가불안, 양극화 등을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저축은행 총체적 ‘부조리’=여야는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감독 당국의 관리 소홀을 넘어 전관예우, 정치권 개입 등 공정사회에 역행하는 총체적 부조리라며 비판의 한 목소리를 냈다.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 금감원의 부실 감독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죄 수준을 보일 정도로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배영식 의원도 “감사원은 지난해 들어서야 ‘늑장감사’를 벌였으며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했다”면서 “복수의 감사위원에 대한 로비 시도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감사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규제에 대한 완화 조치가 전 정권부터 시작됐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권성동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예금자보호한도 확대와 저축은행 명칭 변경, 노무현 정부 시절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 완화 등까지 고려한다면 근본적 책임은 전 정부에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당 이진복 의원도 “비리의 온상인 부산저축은행이 노무현 정권 시절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로부터 각종 포상을 받았다”고 가세했다.
반면,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대통령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종창 전 금감원장 등 김 총리가 언급했던 ‘오만군데’ 권력자들이 저축은행 투자 알선과 구명 로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통령과 총리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오 의원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금감원과 한국은행, 국회가 참여하는 ‘국민감독위원회(가칭)’ 신설을 제안했다.
◇물가·감세 등 경제정책 ‘부실’ 비판=정부의 물가관리 실패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정부가 특별관리하기로 한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의 가격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면서 “특단의 생활물가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배영식 의원은 “감세정책으로 혜택을 본 대기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천문학적 수준이지만, 투자와 소비확대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추가감세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인세의 경우, 과표 100억원 구간을 신설해 과표 2억~100억원 구간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고, 과표 100억원 초과 구간 세율은 현행 22%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