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011]애플, `인 앱 퍼체이스` 강제화…앱스토어 `무임승차` 없앤다

 새로운 애플의 전략 공개와 120회가 넘는 기술 세션으로 들뜬 WWDC 2011 현장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개발자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사용 중 결제 시 앱스토어 등록 계정만을 이용하게 하는 ‘인 앱 퍼체이스(In App Purchase)’를 사실상 강제하고 나서면서 개발자 몫의 수입이 대폭 감소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7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현장에서 만난 개발자들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앱 개발자들에게 인 앱 퍼체이스를 통한 결제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통보했다. 별도의 계정을 이용하고 있는 기존 앱에 대해선 오는 30일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그때까지 애플의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경우 앱스토어에서 퇴출한다.

 지금까지 애플은 앱스토어의 앱 판매 수익의 30%외 앱 사용 중 발생하는 개발자 수익에는 ‘시장 사용료’를 강제하지 않았다. 앱스토어의 계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인 앱 퍼체이스의 경우 앱 판매 수익과 마찬가지로 30%를 거뒀지만 강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앱이 개발사 자체 계정을 통해 결제를 받았다.

 인 앱 퍼체이스가 강제되면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문 수익이 대폭 올라가게 된다. 게임 내 아이템 판매나 SNS 사용자의 선물 판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결제 등으로 개발사가 얻는 모든 수익의 30%가 애플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반면에 개발사가 얻는 수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대회에 참석한 한 개발사 관계자는 “수익이 30%나 줄 뿐 아니라 기존의 웹 계정을 가지고 있는 개발사의 경우 앱 내부 결제 시스템만 인 앱 퍼체이스 방식으로 다시 구축해야 하는 등 비용도 추가로 투입된다”며 “6월 30일 이후 다량의 앱이 앱스토어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인 앱 퍼체이스가 아닌 방식의 앱을 앱스토어에 등록하려다 거부당한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앱스토어에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관련 앱을 등록 신청했지만 애플이 등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말로 예정됐던 네이버의 이 서비스 출시는 하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업계는 일괄적인 인 앱 퍼체이스 방식이 소비자에게도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인 앱 퍼체이스는 환불도 안 되기 때문에 서비스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수정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웹과 앱을 연계한 다양한 크로스마케팅을 통해 사용자가 누리는 혜택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애플 측은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이라는 입장이다. 애플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번 돈은 운영비에도 못 미친다”며 “백화점에서도 입점료 뿐만 아니라 판매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지 않느냐. 시장 제공자 입장의 당연한 몫”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진 앱을 무료로 내놓고 사용 중 결제로 수익을 올릴 경우 인 앱 퍼체이스를 탑재하지 않으면 애플 몫이 하나도 없어 사실상 앱스토어를 ‘무료’로 이용했던 셈이 된다. 앱 내부의 광고 수익에는 애플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인 앱 퍼체이스=앱 사용 중 콘텐츠나 아이템 등을 구매할 때 해당 사용자의 앱스토어 계정을 통해서 결제하는 방식. 이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면 애플이 돈을 받아 개발사에 70%만 지급하게 된다. 반면에 개발사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개발사가 직접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는다.

샌프란시스코(미국)=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