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엑스포]콘솔 게임, 홈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클라우드 게임 시대도 성큼

 2012년 7월 어느 날. 오늘은 피파(FIFA)가 정한 세계 A매치의 날이다. 20대 회사원 박 모씨는 일찌감치 한국과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을 보기 위해 일찍 퇴근했다. 치킨을 시키고, 친구들을 불러 응원 대형을 갖췄다. 이들은 슈퍼스타 메시의 현란한 발놀림에 빠져들었다.

 이 사이 퇴근한 박 씨의 동생은 닌텐도 콘솔 게임광이다. 콘솔 게임기가 놓여 있는 거실은 빼앗겼지만, 문제가 없다. 스마트패드 형태의 콘트롤러를 갖고 자신의 방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콘솔 게임이 셋톱박스 및 HDMI 등 홈네트워크 기술과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TV를 보면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거실을 벗어나서도 스마트패드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콘솔게임이 내년부터는 거실의 터줏대감인 TV까지 위협하면서 홈 엔터테인먼트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을 내놓고 있다. MS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음악과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에 이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대의 개막도 알렸다.

 실제로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인 E3 전시회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목격됐다. 홈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기기인 콘솔 플랫폼에도 듀얼 스크린에서 나아가 ‘멀티(N)스크린’까지 본격적인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게임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가정용 콘솔게임기가 허브 역할을 맡고 여러 개의 단말기를 통해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콘솔 게임의 세대변화는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주자로 나섰다.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인 E3 전시회에서 닌텐도는 TV모니터와 연동되는 스마트패드 타입의 신형 게임기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360과 윈도우7폰의 게임정보를 서로 연동시키는 기술을 선보였다.

 닌텐도가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로 개발한 위U(Wii U)를 야심차게 공개했다. 그 동안 터치 스크린, 동작 인식, 3D 입체 영상 등 비디오 게임 시장의 유행을 주도해 온 닌텐도는 새로운 테마로 콘트롤러에 액정화면을 추가했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현재의 게임산업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면서 “보다 넓은 이용자에게 깊은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가정용 게임기로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Wii U는 기본적으로 HD급 고해상도 영상을 지원하는 셋톱박스와 태블릿PC 형태의 콘트롤러로 구성된다. 콘트롤러는 터치 스크린 방식의 6.2인치 액정화면과 듀얼카메라, 자이로스코프, 마이크, 스피커, 터치펜을 지원한다. 기존 Wii의 콘트롤러인 위모트나 밸런스패드와도 호환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고화질로 그래픽 수준은 높였고, 휴대성을 강화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거치형 콘솔 게임기지만,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휴대용 게임기로서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사실상 허브 역할을 하는 셋톱박스를 두고 태블릿의 액정화면을 통해 집안 어디에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현장에서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TV로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동시에 Wii U의 새 콘트롤러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 TV 모니터에서 게임을 진행하면서 콘트롤러를 통해 다른 시야로 게임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콘트롤러로 보던 영상을 실시간으로 TV 모니터에 전송해 큰 화면으로 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폰과 콘솔 게임기의 정보를 서로 연동시키는 방식의 모바일 게임 전략을 채택했다. MS가 이번 전시회에서 밝힌 ‘N스크린’ 전략의 핵심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N스크린은 개별 단말기가 아닌 인터넷 서버에 정보를 저장하고 PC·스마트패드·휴대폰 등 서로 다른 기기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다.

 하반기 국내에 출시 예정인 윈도우7폰은 Xbox 라이브와 하나의 계정으로 게임정보가 연동된다. Xbox 라이브로 연결된 친구들과 게임 정보를 나눌 수 있으며, 양 쪽 모두 서비스될 경우 하나의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