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1 재계는 지금 IT 통합 `삼매경`, 왜?

 재계 주요 그룹이 IT 효율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1990년대 도입된 정보 시스템 구축이 기업별로 이뤄지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는 중복 투자 문제가 부각됐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계열사별 각기 구축된 IT 인프라를 표준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통해 운영비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 CIO BIZ+가 국내 30대 주요 그룹사의 그룹차원 IT 전략을 분석한 결과 그룹사별로 표준화·통합 전략이 강력히 추진되는 가운데 그 추이는 크게 3단계에 걸쳐 이행됐다.

 1단계는 선두 기업을 주축으로 그룹 내 정보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단계다. 이미 많은 그룹이 1990년대 이후 전사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에 활용해 왔다. 삼성·LG·CJ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그룹 내에 정보화 자원이 늘어나면 2단계 ‘자원 통합’ 단계에 돌입한다. 그룹 내 IT 서비스 자회사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계열사별 IT 자원을 모으는 것이다. 삼성·LG·SK그룹 등이 2000년대 초반까지 이 같은 노력을 했다. CJ·한화·롯데·두산그룹 등은 최근 1~2년간 관계사별 ERP 도입에 이어 올해까지 자원 통합을 추진하는 주요 그룹이다.

 3단계는 표준화로 계열사 간 IT 수준차를 줄이고 가장 정보화 수준이 높은 선두 계열사의 IT 모델을 전파하는 단계다. 올해 삼성·포스코·현대차그룹 등이 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1, 2단계를 거친 기업들도 잇따라 3단계를 속속 이행하고 있다.

 ◇앞선 정보화모델…‘전파하라’ 특명=올해 상반기 기준 3단계까지 이행한 그룹 수는 많지 않다. 3단계를 대표할 만한 곳은 삼성이다. 이 움직임은 그룹 미래전략실이 부활한 올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매출 격차가 커지자 특단의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전 그룹 차원의 통합 글로벌 ERP 전략도 짜는 등 올해 정보화 이슈가 그룹 차원 성장 전략에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 출신 등으로 꾸려진 미래전략실 산하 경영혁신지원센터가 삼성건설, 삼성정밀화학,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에버랜드 등에 직접 삼성전자의 정보화 기법을 이식하는 ‘일류화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올해 상반기 ‘포스피아3.0’ 프로젝트를 본격화한 포스코그룹도 3단계 이행을 가속하고 있다. 포스코의 글로벌 ERP 시스템을 전 관계사에 확산한 데 이어 내년까지 문서관리시스템 등을 각 관계사에 순차적으로 확산한다. 특히 포스피아3.0은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포스코그룹 차원의 정보화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100여 협력업체와 함께 쓸 수 있는 핵심적인 IT 기반으로 삼을 계획이다.

 올해 LG그룹도 LG전자가 ERP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그룹 내 같은 방식의 글로벌 ERP 확산 조짐이 일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1월 글로벌 ERP를 가동했고 상반기 LG이노텍이 글로벌 ERP 구축에 착수했다.

 최근 ‘같은’ 글로벌 정보화 시스템을 그룹 내에 확산한 사례는 삼성·포스코 외에 롯데·두산도 손에 꼽힌다. 롯데그룹도 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이어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관계사에 글로벌 ERP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도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모비스 등이 글로벌 정보화 체계 마련에 나섰다. 두산그룹도 두산인프라코어가 글로벌 ERP 구축 막바지 단계며 올해 초 두산 전자BG가 글로벌 ERP 구축에 나섰다.

 ◇모아두고 ‘클라우드’…하드웨어부터 문서관리까지=삼성·LG·포스코는 1, 2단계를 거쳐 3단계에 돌입하면서 통합된 자원의 효율화를 위한 클라우드 구현 단계까지 돌입한 경우다. 각 관계사가 따로 IT인프라를 구입하지 않고 IT서비스 기업 소유의 자원을 ‘공유’하면서 사용량 만큼만 지불하는 것이다. 세 그룹 모두 서버기반컴퓨팅(SBC) 등 기술 도입도 그룹 차원에서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순차적으로 삼성SDS에 하드웨어 자산을 매각하고 ‘종량제’ 방식으로 IT 자원을 공유하고 있다. 이달 기준 전 삼성 그룹 계열사가 삼성SDS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개념의 일명 ‘유즈플렉스’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하드웨어를 각 관계사가 소유하지 않으면서 사용량 기준으로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별로 시스템 투자를 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IT 자원의 소유 및 운영 부담을 덜고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G그룹도 LG CNS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 LG CNS는 LG전자와 LG화학 등 계열사에 ‘커뮤니티 클라우드 방식’으로 보안을 보장하면서 그룹 고객사에 제공하는 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주로 x86서버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LG전자와 LG화학 등 기업의 IT 자원이 부족할 때 LG CNS가 제공하는 포털에 자원을 요청하면 20분 안에 자원이 할당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29개 전 그룹사에 확산하고 있는 문서관리시스템도 사용량을 기반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국내 최초 클라우드 문서관리 시스템이다. 더 나아가 그룹 IT자원을 통합하고 클라우드 방식으로 지원하기 위한 새 둥지로서 충주 데이터센터 설립 추진도 올해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클라우드 방식의 그룹 통합 문서관리시스템으로 그룹 관계사들이 기존 패키지 방식의 문서관리시스템을 도입할 때보다 50%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IT자원 통합하고 일원화된 IT서비스에 ‘힘’=최근 IT자원을 통합하며 2단계를 구현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견 그룹이다.

 현대·CJ·한화·동부·GS·롯데·두산·KT그룹 등이 최근 1~2년간 IT인프라 통합을 활발히 추진했다. 비슷한 시기에 통합을 추진한 CJ·한화그룹은 한화증권 등 특정 이슈가 있는 관계사를 제외하고 이달 초를 기해 모든 그룹사의 IT자원을 그룹 통합데이터센터로 이전 완료했다. CJ그룹은 CJ CGV, CJ E&M 등 최근 몇 년간 계열사 소속으로 편입됐던 기존 CJ시스템즈 임직원의 소속도 지난 3월을 다시 CJ시스템즈로 복귀시켰다. CJ그룹 관계자는 “CJ시스템즈에서 그룹 차원의 일원화된 정보화전략을 짤 수 있도록 하면서 IT인프라도 통합해 효율적 정보화 전략이 추진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GS그룹은 지난달부터 그룹 데이터 센터를 본격 운영, 그룹 IT 인프라를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올해 들어 GS그룹의 IT서비스 기업으로서 GS ITM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GS ITM에 IT운영을 맡겨온 GS칼텍스 외에도 GS리테일, GS홈쇼핑, GS건설 등 주요 계열사가 IT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자를 GS ITM으로 일원화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들 관계사의 IT인프라도 그룹 데이터센터로 옮긴다는 복안이다. LG CNS가 전담해오던 GS홈쇼핑의 IT아웃소싱은 지난해부터 GS ITM의 참여가 확대돼 현재 절반가량의 정보시스템이 GS ITM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오는 7월 IT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자를 LG CNS에서 GS ITM으로 바꾼다.

 KT는 향후 천안클라우드센터에서 그룹 계열사의 정보시스템을 통합해 나갈 계획이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등 20여 관계사의 IT자원을 한 데 모으기로 하고 최근 그룹 IT기획팀을 주축으로 그룹 데이터센터 운영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연지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 모든 IT자원을 신사옥 그룹 데이터센터로 통합시켰다. 롯데그룹은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데이터센터로, 두산그룹은 수지 데이터센터로 IT인프라 통합을 마친 상태다.

<표> 국내 주요 그룹들의 최근 통합 & 표준화 동향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