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에 버금가는 컴퓨터, 소위 ‘인공지능’이 멀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전망이다.
최중범 충북대 나노기술연구소 교수는 “반도체 소자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인공지능 개발이라 할 수 있다”며 “현재의 기술수준이라면 지금부터 시작해 10년 뒤면 인공지능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실제로 인공지능 개발에 적용 가능한 초소형 반도체 나노트랜지스터를 개발하며 이 같은 얘기가 허상이 아님을 입증했다.
사실 인공지능 개발의 조건은 간단하다. 현재보다 훨씬 뛰어난 연산능력을 가진 작은 크기의 CPU가 있으면 된다.
◇2나노미터 반도체 트랜지스터 개발=충북대 나노기술연구소 최중범 교수팀은 일본 홋카이도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함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트랜지스터 제작에 성공했다. 현재 사용되는 나노트랜지스터 크기는 보통 30㎚며 그동안 알려진 가장 작은 실험용 나노트랜지스터 크기도 5㎚ 수준이다. 따라서 2㎚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다.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나노트랜지스터가 상온에서 ‘양자효과’를 구현한다는 점이다. 양자효과란 나노 단위의 미시 세계, 또는 영하 200℃ 이하의 극저온 조건에서 에너지나 전하가 작은 알갱이로 쪼개져 이동하는 특이한 현상으로 트랜지스터 동작에 큰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는 극저온 조건 외에 상온에서 양자효과를 구현하는 나노트랜지스터는 없었다.
최 교수는 “기존의 트랜지스터가 0 혹은 1이라는 2개만의 입력 값으로만 연산이 가능한데 반해 상온에서 양자효과가 구현되면 한 개의 트랜지스터에 0, 1, 2, 3이라는 4개의 입력 값으로 다중치 연산이 가능하다”며 “필요한 회로의 수는 물론 트랜지스터의 발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론물리학자인 고려대 양승렬 교수가 참여해 이론적 검증을 수행했다. 또 연구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권위지인 미국 ‘나노레터즈 (Nano Letters)’ 4월호에 게재됐다.
◇반도체 성능의 획기적 변화=반도체는 엄청난 양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것이다. 세계 반도체 분야는 성능을 높이고 발열량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합물반도체, 유기물반도체, 카본나노트랜지스터 등이 대표적인 차세대 반도체 후보다. 하지만 연구개발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나노트랜지스터 역시 주목받는 차세대반도체 소자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트랜지스터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한발 앞서 상용화될 경우 시장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차세대 테라비트급 컴퓨터, 특히 노트북 및 스마트폰 등의 초소형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자의 성능향상은 물론 발열량도 수 십배 이상 줄일 수 있다.
양자효과를 이용해 기존 실리콘 소재의 반도체로도 회로 수와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인 테라급(현재 기가급 반도체의 1000배) 나노반도체 구현도 가능하다.
이 정도 수준이면 사람의 뇌에 있는 시냅스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뉴런칩 제작도 가능해진다.
최 교수는 “나노트랜지스터의 특징이 시냅스하고 같아 약간만 변형하면 시냅스와 같은 작용을 한다”며 “이와 관련된 응용연구도 이미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팀의 연구는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서 작년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우수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3년의 연구기간을 추가로 받았다.
앞으로 3년동안 최 교수팀은 개발된 나노트랜지스터의 성능을 확실하게 검증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나노트랜지스터를 이용한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대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방침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