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ERP 시장서 잇따라 퇴출…위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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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오라클의 대형 전사자원관리(ERP) 고객들이 잇따라 ERP 재구축을 검토하면서 ‘오라클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KT가 오라클에서 SAP로 ERP 솔루션을 교체하고 삼성·한전·두산·한화 등이 지난해 이후 SAP 패키지를 표준 ERP로 확산하면서 이 같은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효성은 오라클 제품으로 구성된 자사 ERP의 재구축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효성은 전사 ERP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키로 결정하고, 신규 ERP 시스템 도입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최근 발부했다. 효성은 새 ERP 패키지로 SAP를 검토 중이며, 이달 제안서 접수 이후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최종 확정한다.

 특히 오라클의 대형 고객으로 꼽히는 포스코도 기존 오라클 ERP 시스템을 재설계하기 위한 새 ERP 추진팀을 발족했다. 포스코는 이르면 내년 ERP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혁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AP 패키지 도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외국계 컨설팅업체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내부적으로 새 ERP 솔루션 사업자로서 SAP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전 그룹사에 ERP 시스템을 표준화할 계획이어서 ERP 솔루션을 교체할 경우 시장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최근 ERP 패키지를 검토한 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SAP를 선택하면서 지난해 이후 ERP 시장에선 ‘오라클 위기론’이 대두된 바 있다.

 지난해 말 KT가 KTF와의 합병 이후 표준 ERP 패키지로 SAP를 선정, 기존 오라클 패키지를 SAP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한전그룹도 ERP 패키지를 SAP로 결정하면서 남부발전 등이 최초 오라클 패키지를 선정했다가 SAP 패키지로 방향전환한 바 있다.

 또 현대기아차그룹도 표준 ERP로 SAP를 선정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잇따라 SAP 패키지를 기반으로 8월 완료를 목표로 글로벌 ERP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과 한화그룹 역시 그룹 내 ERP로 SAP 패키지를 계열사에 확산하고 있다. 이 두 그룹은 일부 계열사를 통해 2000년 초에 오라클 패키지를 도입한 바 있다.

 현재 오라클 ERP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국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만도 등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