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때문에 남성의 정자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그리 생소한 내용이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이 같은 주장을 마치 ‘상식’처럼 인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를 뒤집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연구결과가 남성 정자 수의 감소를 처음으로 주장했던 연구팀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7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등이 미국 미국 의학학술지 `역학(Epidemiology)` 최신호를 인용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진이 지난 15년에 걸쳐 징집 신체검사 대상인 18세 남성 중 검체 제공에 동의한 5000명의 정액을 분석한 결과 정자수에 유의할 만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론은 살충제와 플라스틱 등에서 유래한 환경오염물질로 인해 정자수가 줄고 질도 나빠졌다는 기존 주장과는 매우 상반된 결과다. 특히 이 연구진은 1938~1991년에 걸쳐 세계적으로 평균 정자수가 50%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1992년 발표해 전 세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연구는 방법상 오류 투성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후 후속 연구논문 1000여건에서 인용되는 등 학계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정자수 감소가 여성 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한 합성 화학물질 즉 `환경 호르몬` 때문이라는 가설이 나왔을 정도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서 정자수 감소에 의미있는 결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주장을 번복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덴마크 보건부에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구 데이터를 소개한 이 학술지는 “정자수 변화 분석연구 중 가장 과학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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