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스마트폰 화상주의보’

듀얼코어 이상급 모두 40도 고열 발생

앗 뜨거워 ‘스마트폰 화상주의보’

스마트폰 성능 경쟁이 치열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GHz 싱글코어 프로세서가 주력 모델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1GHz에 이어 1.2와 1.5GHz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시장에 쏟아진 상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말에는 1.7GHz 듀얼코어, 내년에는 클록 2GHz 이상 쿼드코어가 등장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성능 경쟁도 뜨겁지만 실제 스마트폰 온도도 높아졌다. 이를 증명하듯 요즘 포털 사이트에선 스마트폰 발열 관련 연관 검색어가 10여 개를 넘겼다. 스마트폰 카페와 커뮤니티에도 최신 듀얼코어 스마트폰 발열 얘기가 자주 눈에 띈다.

물론 열 나지 않는 디지털 제품은 없다. 반도체를 내장한 제품은 반드시 열이 발생한다.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열이 나느냐다. 자칫 일정 온도를 넘어서면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발열이 심한 디지털 제품이 인체에 줄 수 있는 악영향에는 어떤 게 있을까? 대표적인 게 저온화상이다. 보통 화상이라고 하면 뜨거운 물이나 불에 피부가 접촉해야만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40℃ 이상에 피부가 노출되면 저온 상태에서 발생하는 화상, 저온화상이 일어난다. 저온화상은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 저온화상. 저온화상은 체온보다 온도가 높은 발열체를 오랫동안 신체에 접촉하는 상태에서 홍반(피부가 붉게 변하고 혈관이 확장되어 피가 많이 고이는 현상)이나 수포(피부의 세포 사이 혹은 세포 안에 단백질 성분을 갖는 묽은 액체가 고여 발생하는 반구 모양의 솟은 상태)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화상 현상을 말한다. 40∼44℃ 이상 발열체를 일정시간 이상 신체에 접촉하면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손상되게 된다. 오랫동안 신체와 접촉하는 전기장판 같은 난방기구나 IT 분야에선 모바일 제품에서 일어날 수 있다. 저온화상은 자각 증상을 수반하지 않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 측정 스마트폰 모두 40℃ 넘겨

스마트폰은 듀얼코어에 1GHz 이상 클록을 높이는 등 PC와 견줄 만한 성능을 얻었고 대신 발열 문제에 봉착했다. 과연 스마트폰이 내뿜는 발열은 저온화상 위험에서 안전할까?

시중에서 판매 중인 스마트폰 대표기종을 대상으로 발열량을 측정했다. 측정 대상은 올해 출시된 각사의 듀얼코어 스마트폰 대표 기종으로 삼았다. LG전자의 옵티머스2X, HTC의 센세이션, 삼성전자의 갤럭시SⅡ, 모토로라의 아트릭스가 그들이다.

정확한 발열량 측정을 위해 MDS테크놀로지의 열화상카메라(모델명 A310)를 측정 장비로 썼다. 이 장비는 산업계 뿐 아니라 신종플루 환자 확인을 위해 국회나 정부기관 등에서도 널리 쓰인 바 있다.

측정 당시 실내 온도는 27℃. 스마트폰은 모두 측정 전 동일한 시간과 간격(10분)을 두고 전화 통화와 지도 검색(다음 지도), 인터넷 검색(국내 포털 사이트), 게임(앵그리버드 리오) 등 같은 기능을 똑같이 실행했다.

제품마다 발열 최고점도 다른 만큼 열화상 촬영 사진을 보면 스마트폰을 잡는 모양이 다르다. 보통 발열 최고점은 CPU 격인 AP가 위치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맞춰 촬영했기 때문이다. 물론 열화상 카메라 자체는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본체에서 발생하는 최고 온도만 자동으로 추적해 측정해낸다. 스마트폰을 잡는 모양이 달라지더라도 본체 특정 부위에서 발생하는 최고 온도 측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테스트 결과를 보면 측정 대상 모두 평균 온도는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은 최고 온도가 46.3℃에 달했다. 제품별 최고 온도를 보면 옵티머스2X와 갤럭시SⅡ는 각각 41.6, 42.5℃를 기록했다. 반면 센세이션은 43.5℃, 아트릭스는 46.3℃에 이르는 온도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본체 앞뒤 최고 온도를 따져보면 앞면 최고 온도는 아트릭스, 뒷면 최고 온도는 갤럭시SⅡ로 나타났다.

■ 의학적으론 저온화상 우려 충분

이 정도 온도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화상전문 의료기관인 베스티안병원 문덕주 과장(외과전문의)"은 "40℃ 이상이면 인체의 세포가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는 온도"라고 밝혔다. 다만 "40∼44℃ 사이의 온도라면 세포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정도의 가역성 변화지만 그 이상에선 세포가 죽는 비가역 변화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40∼44℃ 정도면 세포가 피해를 입긴 하지만 인체가 스스로 세포를 복구할 여력은 남아 있는 상태, 44℃ 이상이면 이런 여력 없이 세포가 바로 죽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문 과장은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스마트폰에서 이 정도 발열이 발생한다면 의학적으로는 충분히 저온화상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美화상학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인체는 44℃ 상태에서 1시간, 50℃는 3분, 60℃에선 8초 이상이면 피부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 성능 경쟁이 묻힌 복병 ‘발열’

스마트폰 발열이 높아진 이유는 성능 경쟁에 있다. 최근 스마트폰 프로세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제품보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만들어야 시장에서 관심을 끌어내거나 이길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해졌다.

소속을 밝히기 거부한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이는 온도가 40℃ 이상이라면 내부는 최소한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프로세서 개발 업체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 "얇은 두께나 디자인도 좋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도 처음부터 발열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설계해 적극적으로 발열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클록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최적의 속도로 작동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면 발열 문제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발열은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 휴대폰을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처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인체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기가 어렵다고 해서 오랫동안 논란으로 남은 사례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앞으로 스마트폰 두께는 더욱 얇아지지만 프로세서는 듀얼에서 쿼드로, 속도도 2.5GHz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

전문가들은 업계는 속도와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발열에 대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소비자도 저온화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품 사용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수환 기자 shulee@ebuz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