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물줄인 ‘신사업 찾기’를 나무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도달하면 현재 아이템의 시장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정체기를 겪게 된다. 시든 나무를 과감히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 즉 신수종(新樹種)을 심어야 하는 시기를 맞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정체기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하는가, 도태되고 마는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신수종사업인 만큼 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항상 뜨겁다. 최근 삼성, LG 등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신수종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신사업 발굴의 필요성은 중소기업 역시 절감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통계에 따르면 무려 82%의 중소기업이 자사의 현재 사업 아이템이 유망하지 않으며 이를 대체할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향후 5년 뒤에 새롭게 시작할 아이템을 발굴해 놓은 경우는 겨우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사업 발굴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할 인력도, 재정적 여력도 갖추기 힘든 중소기업의 현실에 비춰보면 당연한 설문결과다.
중소기업이 신사업의 ‘선택’을 힘들어하는 제일 큰 이유는 그것이 극도로 전문적인 작업이서다다. 10년 넘게 기업 맞춤형 사업아이템을 발굴해 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사업 프로세스를 보면 전문성의 정도가 쉽게 이해된다.
우선 미래에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아이템 100개를 고른 다음, 기업의 미래 청사진에 맞지 않는 것 50개 정도를 걸러낸다. 그리고 이 아이템들의 시장규모와 성장성, 국내 경쟁상황, 기술 수명주기 등을 심층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당 기업의 현재 역량에 적용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함으로써 5개의 최종 유망아이템을 선정한다.
여기에는 100여명의 정보분석 전문가들이 9000만건이 넘는 KISTI의 과학·산업 정보를 백분 활용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직접 관련 기업들을 찾아가 정보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들어간다. 이 프로세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토양에 맞는 나무선정’이다. 제아무리 경제성이 뛰어난 나무라 해도 모래흙에서 잘 자라는 수종을 점토에 심어놓으면 얼마 못 가 말라죽어 버리듯, 주목받는 유망기술이라 해도 기업의 역량과 맞지 않으면 오히려 실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재정적, 인적 부족함이 많은 중소기업에 KISTI의 유망아이템 발굴 서비스는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고객만족도도 평균 97점에 달하고, 매년 지원 대상기업 모집 때마다 25 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실제로 반도체 외관검사 전문기업인 대전의 인텍플러스는 KISTI가 발굴해 준 신사업에 적극 진출한 지 1년 반 만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디스플레이 측정 전문기업인 케이맥은 2년 만에 전체 매출의 70%를 신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단비처럼 소중한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인력과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마다 건강한 신수종을 찾아 적합한 땅에 심어, 세상에서 가장 푸르고 알찬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박영서 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yspak@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