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 대립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가뱅크 추진과 성과연봉제 등은 은행권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진행된 신입행원 임금 삭감도 원상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은행권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금주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주부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의 선전전을 재개한 외한은행 노조는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재계약이 이뤄질 경우 강도 높은 투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무리한 계약으로 성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다”며 “16일 열리는 파기환송심이 이후 상황 전개를 결정짓는 실질적 변수”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산하 노동조합도 산은금융지주의 우리은행 인수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의 메가뱅크 추진은 세계적인 흐름에 배치된다”며 “분할매각 등의 방식을 통한 독자적인 민영화가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은 성과연봉제 반대 움직임을 가속화한다. 지난달 한 차례 시한부 파업을 벌인 SC제일은행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2차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지난 7일 대표자 면담을 가졌으나 사측은 ‘대화로 풀자’는 말 외에는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성과급제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면 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융권 내 노사대립은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메가뱅크는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노조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건 역시 메가뱅크 추진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노조의 생각이다.
신입행원 임금 삭감의 원상회복 여부도 쟁점이다. 시중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통분담 차원에서 신입행원의 임금을 약 20% 삭감했다. 하지만 이 체계가 지속되면서 신입행원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일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노조가 제기한 신입행원 임금수준 원상회복 건에 대해 “자기 권한 밖”이라며 대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최근 불거진 금융권의 대립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가 이후 상황 진행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