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로봇, 청소로봇 해외 매출 비중 80%의 딜레마

 서비스 로봇 전문기업 유진로봇(대표 신경철)의 청소로봇 해외 매출 비중이 올해 2분기 들어 80%를 돌파했다. 필립스와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약 체결에 따른 유럽 시장에서의 호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에 주도권을 내줘 해외 사업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유진로봇은 지난 4월 말 필립스와의 ODM 계약 이후 유럽에서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최근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섰다고 12일 밝혔다. 필립스는 유진로봇의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스마트’를 유럽 시장에 맞게 외관과 기능이 구성된 ‘홈런(Home Run)’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유진로봇 측은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를 발판으로 향후 미국 시장 진출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의 룸바가 청소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자사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올해 수출에 집중하게 되면 한 해 동안 청소로봇 매출을 몇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진로봇의 국내 청소로봇 시장 점유율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고민이 깊다. 유진로봇은 자사의 국내 청소로봇 시장 점유율이 약 1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분석이다.

 유진로봇은 국내 판매의 중심축이었던 롯데·신세계 등 3대 백화점에서의 유통망을 대폭 축소한 상황이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청소로봇의 강자로 국내 시장 점유율 30%를 넘겼지만 지금은 일부 대형 백화점 매장만 남겨둔 채 유통망을 축소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마케팅 역량 등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진로봇 측은 “전 세계 청소로봇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50만대 수준인데 이 중 국내 시장에서만 연간 10만~15만대 가량 팔릴 정도로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는 게 고민”이라며 “해외 수출이 늘어나 연간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