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 열세로 고전했던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이 26인치에 이어 32인치 LED TV까지 하이마트와의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32인치 LED TV는 삼성전자·LG전자도 세컨드TV용으로 전략 출시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국내 업체와의 경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마트(대표 선종구)는 지난달부터 하이얼의 32인치 LED TV(모델명 HE32A4VHA)를 전국 하이마트 직영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만 AU옵토일렉트로닉스의 패널을 탑재한 하이얼 TV는 HD급 해상도에 상하좌우 시야각 178도를 지원한다. 최저가 69만8000원으로, 같은 크기의 삼성·LG LED TV가 80만~100만원대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저렴하다. 32인치 이하 LED TV는 거실 외에 침실이나 서재 등에서 사용하는 세컨드TV 용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이 품질·브랜드 외에 가격 조건을 더 많이 따지는 이유다. 실제로 하이얼은 현재 하이마트에서 32인치 이하 소형 LED TV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이 회사는 하이마트를 통해 26인치 LED TV 모델을 처음 내놓으면서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장한 바 있다.
하이얼이 최대 가전 카테고리 킬러 매장인 하이마트와 협력 관계를 강화함에 따라 국내시장에 연착륙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하이얼은 지난 2003년 연락사무소 형태로 한국시장에 진출, 2004년 하이얼전자판매를 설립했다. 그동안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망·AS 미비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이얼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각각 237억·22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008년 다시 63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이마트와 손잡게 되면서 TV홈쇼핑·할인마트·온라인몰 위주의 저가시장 유통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AS 문제는 대우일렉트로닉스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전국망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직영 AS를 실시하면 소비자 불만만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TV나 백색가전에 대한 하이얼 선호도는 높지 않지만 틈새시장 제품은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특히 와인냉장고 분야에서 하이얼 국내 점유율은 선두권”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