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동박적층판(CCL) 업체인 두산전자가 사업에 진출한 뒤 3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해외 생산법인을 구축한다.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의 핵심 원자재 업체인 두산전자가 마침내 중국 현지화 전략에 나서면서 PCB 시장의 공급망 구조도 중국을 거점으로 본격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PCB 업계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전자(대표 김학철)는 최근 대만 매스램·CCL 업체인 화웨이의 중국 창슈 지역 생산법인 지분 100%를 약 25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두산전자가 해외 4개 지역에 영업 법인이나 사무소를 진출시키고 있지만, 생산법인을 설립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지난 1974년 CCL 사업을 시작한 뒤 줄곧 해외 생산 현지화의 요구가 컸다는 점에서 다소 때늦은 감도 있다.
두산전자는 영업권 승인 및 인수 작업을 완료하고 현지 법인의 사명도 ‘두산전자 상숙 유한공사’로 변경했다. 또 현지 인력의 고용 승계도 마무리했다. 현재 다소 노후화된 생산라인을 개조 중이며 일부 설비는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르면 오는 9월 정상 가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두산전자는 삼성전기의 쿤샨 공장과 상하이 인근 화등 지역의 현지 PCB 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객사 밀착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창슈 지역 공장이 3만평에 달하는 부지에도 불구하고 현재 생산 능력은 월 10만장 수준에 그치고 있어 중국 사업 확대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산전자는 장기적으로 창슈 공장에서 범용 CCL보다는 연성CCL과 메탈CCL, 패키징, 친환경 CCL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생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중국 PCB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원가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두산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궁극적으로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해 거대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