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연이은 질타, 속도의 삼성 재건위한 포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연이어 삼성그룹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고 나선 것은 현재 삼성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특유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회장은 최근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기의 시대’를 강조해 왔다. 지난 7일에는 신경영(프랑크푸르트 선언) 17주년을 맞아 ‘변해야 산다’와 ‘신경영의 초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전략에서 노키아와 애플의 극명하게 엇갈린 운명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현재 삼성 체제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테크윈 사태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는 K9 자주포 사건 등에서 드러났던 느슨한 조직문화를 다잡기 위한 의지가 이번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말한 대로 부정과 비리가 삼성그룹 곳곳에 퍼져 있고, 또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이는 철저한 감사와 관리를 지향해 온 그동안의 삼성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기업 이미지 훼손까지 감수한 배경에는 지금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 출신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이 회장 스타일로 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을 일깨워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조직이 위축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삼성 전반에 확실한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는 책임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영진단팀(감사)을 핵으로 한 미래전략실(옛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혹은 전략기획실) 기능 강화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주변에서는 ‘삼성 특검’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약화된 조직 장악력을 회복해 공격 경영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는 옛 비서실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삼성은 이건희 회장 발언 이후 이미 지난 8일 감사팀 강화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뒤 기존 경영진단팀의 전면 개편 등 후속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최근 껄끄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던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과 ‘공정사회’에 대한 주문,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반(反)삼성’ 여론을 의식한 코드 맞추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소 협력업체에서 향응과 뇌물을 받은 임직원들을 일벌백계함으로써 삼성은 중소 협력업체를 존중하는 건전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