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용 난자를 급속 냉각시켰다가 원하는 시기에 이를 해동시켜 복제동물을 만들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연구팀은 이런 기술로 3년 전에 도축된 제주 흑우를 복제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교수와 미래생명공학연구소(소장 김은영)는 원하는 시기에 동물자원을 대량으로 복제생산할 수 있는 ‘초급속 냉·해동 신기술’을 개발, 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농림수산식품부(농림기술개발사업)와 제주도의 연구비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의 핵심은 기존의 ‘체세포 핵 이식’ 복제기술에 접목시킨 초급속 냉·해동 신기술이다. 복제 대상 동물에서 떼어낸 체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하고 이를 초급속으로 영하 196℃에서 얼렸다가 몇 년이 지난 후라도 필요할 때 해동시켜 복제동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영화 속에서 복제인간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냉동과 해동기술이 실제 동물복제에 적용된 셈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2008년 당시 14세의 노령으로 도축된 제주 흑우 씨암소를 복제해냄으로써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박세필 교수는 “냉동에 2~5시간이 걸리는 기존 완만동결은 장비가 비싼 데다 해동시 생존율이 50% 이하로 낮고, 생존 복제 수정란을 골라 이식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실용화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번 기술은 15분 내에 초급속 냉동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1분 내 해동은 물론 80~90%의 생존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언제든지 손쉽게 우수형질의 유전자 종을 보존하고 개량할 수 있는 실용화 기반기술을 구축한 데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