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저축은행서 뺨맞고 카드사에 화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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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융사태의 불똥이 카드업계로 튀고 있다. 이에 카드업계는 “사업권을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극도로 반발하고 있다.

 13일 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신용카드 발급규모, 증가율 등을 1주일 단위로 점검하는 내용의 ‘신용카드 특별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중 제재 관련 세부 기준을 마련해 즉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국이 내세우는 압박 논리는 신용카드가 총 800조원 규모로 급증한 가계대출 증가와 잠재적 부실화의 ‘뇌관’이라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003 카드대란의 재발은 물론이고 저축은행에는 비교도 안 되는 국민경제 파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론’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카드업계의 이야기는 정반대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총 가계부채 800조원(잔액 기준)가운데 카드론은 1.9%,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합쳐도 3.5% 정도”라며 “건전성 규제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는데, 지금 금융당국은 전반적인 영업 규제까지 하겠다는 것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업종 전문 한 애널리스트도 “2003년 카드대란 때 신용카드 이용실적 중 카드대출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였으나 현재는 20% 대로 하락했다”며 “카드대출 자산의 고위험성을 감안해도 최근 신용카드사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금융계에선 최근 카드사에 대한 고강도 압박은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을 만회할 돌파구 성격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미 한차례 초대형 부실사태를 겪었던 카드사들이 드러내놓고 반발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본보기용’으로 뽑혔다는 것이 시장에선 파다하게 퍼져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내부에서도 선·후발 업체 간 입장이 명확히 갈린다.

 후발 카드업체 관계자는 “만약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하면, 상대적으로 득을 보는 건 선두업체들일 것”이라며 “선두업체는 그나마 현상유지는 할텐데, 후발업체는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분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33조7000억원 규모로 2년 만에 처음 줄어들었으나, 지난달 카드승인 실적은 39조원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1.1% 늘었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실적이 있는 신용카드는 8733만장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