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지능형 서비스 로봇 전문기업 로보쓰리에 국제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영국 런던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전화를 한 것이다.
당시 올림픽조직위는 로보쓰리의 대표 제품인 ‘T봇’과 ‘서비봇(ServiBot)’을 올림픽 행사 진행에 필요하니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T봇은 텔레프레즌스봇의 약자로 로봇이 찍은 영상을 보면서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로봇으로 로보쓰리가 지난 2007년부터 내놓은 제품이다. 수많은 올림픽 경기장에서 로봇이 스스로 찍은 다양한 장면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제공 요청이 이뤄졌다.
서비봇은 배달서비스 로봇으로 1회 충전시 24시간 풀가동하면서 음료나 간단한 음식을 스스로 서빙하는 게 주요 기능이다. 올림픽 행사 진행 기자회견이나 콘퍼런스 등에서 최첨단 올림픽을 부각시키기 위한 런던 조직위의 의도였다.
로보쓰리 제품을 어떻게 알고 연락하게 됐냐는 로보쓰리 측의 물음에 조직위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훌륭한 제품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고 수소문 끝에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무된 로보쓰리는 내년 올림픽에 자사의 로봇 제품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준비를 시작했다. 런던올림픽 조직위가 행사 중 로봇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상주 인력 5명을 파견해 달라는 구체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결국 예산상의 문제와 치열한 로비 경쟁 등에 밀려 끝내 로보쓰리 제품의 런던올림픽 행사 초대가 최근 무산됐다. 아쉽긴 하지만 김준형 대표는 오히려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로보쓰리를 설립해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만들어 온 김 대표에게 런던올림픽 해프닝은 가능성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로봇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로봇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로봇 시장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시장이 점점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로봇 산업이 커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서비스 로봇 시장은 청소로봇 외에는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인터넷 동영상만으로 로보쓰리의 기술력을 인정해줬다는 점과 서서히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