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패드 제조업체들이 ‘8.9인치’ 모델로 애플 아이패드2를 정조준하고 나선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8.9인치 스마트패드가 아이패드2의 아성을 얼마나 위협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달께 갤럭시탭 8.9인치 모델을 출시한다. ‘아이덴티티’ 시리즈로 중소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엔스퍼트도 8.9인치 모델 시제품을 생산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 있다. 시장에는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은 7.0인치 크기의 모델로 스마트패드 시장에 출사표를 냈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은 40만여대, 아이덴티티탭은 10만대 안팎의 판매 실적(공급량 기준)을 기록, 80만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진 아이패드2(9.7인치)에 크게 못미쳤다. 글로벌 판매량 역시 아이패드 시리즈가 2500만대로 승승장구하는 반면에 갤럭시탭은 150만대 수준이다.
이들 업체는 8.9인치 모델이 아이패드2의 실질적인 대항마가 될 수 있도록 개발단계에서 절치부심하며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7.0인치 모델은 사실상 사이즈에 대한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를 반영하기 보다 디스플레이 수급의 용이성을 먼저 고려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반해 8.9인치 모델은 e북,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에 적합한 사이즈다. 활용 면에서 아이패드2와 정면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공개된 갤럭시탭 8.9인치 하드웨어 스펙은 1㎓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HSPA+ 21Mbps 망 지원, 전후면 카메라 탑재 등 크기와 무게(470g)를 빼면 갤럭시탭 10.1인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1인치는 B2C보다 의료·유통 등 산업용으로 더 적합한 크기로 평가된다. 따라서 8.9인치 모델은 하드웨어 스펙을 한 단계 높일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일반 소비자에 소구할 수 있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전략 무기를 실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측은 이제 10.1인치 모델 판매를 시작한 시점이라 8.9인치 모델에 대한 설명을 꺼리고 있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용 콘텐츠 유통을 위한 애플의 ‘아이클라우드’와 같은 전략 상품이 갤럭시탭 8.9인치에 탑재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B2B 영업으로 스마트패드를 판매해온 엔스퍼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내달 프로요를 탑재(허니콤 업그레이드 예정)한 7인치 스마트패드인 ‘아이덴티티 크론’을 출시하지만 이 모델 역시 산업 분야 활용에 무게를 뒀다.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스마트패드 분야 인지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8.9인치 제품을 통해 본격적인 B2C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아직 개발 중이라 정확히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국내 스마트패드 제조업계가 8.9인치 모델에 승부수를 띄우는 건 맞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국내 업체들 모든 기술력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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