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만 검색해도 다 나오는 정보만 나열했다.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당장 중소기업을 위해 적용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예상보다 싸늘했다.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단장 황창규)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진행한 ‘글로벌 R&D 포럼’의 실질적인 수요자였던 산하기관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건질 게 없다’는 평이었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비공개 포럼에 참석했던 한 인사조차 “전체적으로 내용이 좀 부실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R&D전략기획단이 정부 예산 약 10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번 포럼은 결코 의미가 작지 않았다. 개별 분야가 아닌 R&D 전체로는 처음으로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그동안의 R&D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준다는 의의도 있었다. 좀처럼 한 자리에서 볼 수 없는 R&D 각 분야의 해외 석학들이 18명이나 방한했다.
그런데 ‘건질 게 없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그만큼 국내 R&D관계자들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동반성장 해법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방증으로 풀이한다. 해외 석학의 최근 연구성과나 한·미 양국 간 동반성장 방안도 좋지만 그보다 당장 중소기업이 문 닫지 않고 상생할 묘안이 더 시급하다는 것.
실제로 포럼현장에서는 국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자국 사례들이 주로 소개됐다. 해법을 묻는 질문에는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하면 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포럼이 끝나자 “뭘 어떻게 적용하라는 건가”라는 한 산하기관 고위관계자들의 푸념이 이어졌다.
전략기획단 관계자는 “사전에 (석학들에게) 어떤 내용을 말해 달라고 조율해 봤지만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국내에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화두지만 좀 더 의미를 넓히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우리가 브릿지 역할을 해 산업을 키우자는 의미의 동반성장도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가 추구하고 챙겨야 할 동반성장의 방향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민세금을 들여 운영되는 정부 행사가 우리 산업계가 먹고 사는 문제에 먼저 방점을 찍었다면 더 환영받지 않았을까.
정미나 전자산업부 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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