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전신주가 쓰러져 1000여가구에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사고원인 규명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오후 5시께 서울 사당동 주택가에서 전신주 3대가 쓰러져 인근 주택 1000여가구가 정전됐다. 800여가구는 사고 후 1시간 30분 만에, 나머지 200여가구는 다음날인 13일 새벽 1시 40분에야 전원공급이 재개됐다.
당시 일부 언론은 한국전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력선 이외에 통신 케이블이 과도하게 설치된 노후 전신주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13일 다음날 현장 조사를 마친 한전 배전운영처 관계자는 “노후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해당 전신주를 가로질러 통하는 통신선을 차량이나 크레인이 지나가면서 건드렸기 때문에 전신주 3개가 연속해서 넘어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외압에 의한 사고라고 말했다. 또 “해당 전신주는 최대 강도가 7875㎏/m인데 당시 전주에 가해진 강도가 4530kg/m이었기 때문에 무게로 인한 사고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전신주가 20년 이상 된 노후시설 여부에 대해서는 1994년 전산화 구축 전에 설치된 상태라 현재로서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한전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 입장은 달랐다. 동작경찰서 해당 부서 관계자는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다니는 도로에서 운행 중인 차량이 전신주의 전선을 건드렸는데 목격자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외압으로 인한 흔적은 전혀 없다”며 “전신주 스스로 넘어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일축했다.
이에 다른 지역 한전의 배전협력 업체 대표는 “이번 사고는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큰 사고를 대비해야하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명확한 사고 규명도 필요하지만 비전문가가 보아도 서울시내 기울어진 전신주 등 노후로 인한 시설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한전의 정확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