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년간 서비스산업위원회 운영을 통해 마련한 ‘서비스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 확대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16일 공개한 방안에는 ‘SW기업·제품 맵 사이트 구축 및 해외홍보 활용’ ‘해외 SI 수주에 대한 정부지원 강화’ ‘외국 영화의 국내 로케이션 활성화’ 등 관심을 끄는 내용이 여럿 보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 수립 과정과 내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협회측 답변은 궁색했다. 건의내용은 16일 위원회 회의가 아니라, 이미 지난해 말 워크숍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것이다. 어느 위원이 의견을 냈느냐는 질문에는 ‘워크숍에는 관련 단체와 기관들이 참석했고 그 분들 의견과 애로사항을 많이 들었다’는 설명만 돌아왔다. 위원회 이름으로 정부에 건의하지만 위원들의 목소리는 아닌 셈이다. 지난해 워크숍에는 정부 공무원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 건의내용이 공무원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 셈이다.
서비스산업위원회를 통해 건의내용을 채택했다는 보도자료 내용과 달리, 지난 16일 경기도 모처에서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는 내용에 대한 보고만 있었다고 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건의사항은 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15일에 이미 정부에 전달됐다. 결국 위원회는 요식행위로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하다. 단순히 보고를 위해 위원회를 여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른 안건도 있다. 그것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글로벌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서비스 세계시장 점유율은 14위에 그쳤다. 세계 수출 8강으로서 초라한 실적이다. 정부와 함께 수출업계를 이끌어 가는 무역협회가 서비스 수출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이유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서비스산업위원회가 활동한 과정을 보면 위원회의 존재 가치는 물론, 그 결과물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