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전체 거래 규모 중 3분에 1을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옥션과 이베이지마켓. 하루 방문자수가 450만명에 이르고 일일 구매 건수가 100만건을 넘어선다. 동시 결제자 수도 1000명에 이른다. 이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인 이베이옥션과 이베이지마켓은 IT의 핵심 가치로 안정성을 꼽는다. 단 1분만 정보시스템이 멈춰도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 오픈 마켓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베이옥션과 이베이지마켓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베이의 글로벌 정책도 필요하다면 따르지 않습니다.” 이베이옥션과 이베이지마켓의 IT를 총괄하고 있는 최승돈 부사장은 그 무엇보다도 IT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연유에서 이베이옥션과 이베이지마켓은 이베이의 전 세계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현지(한국)에서 자체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베이옥션이 초기부터 손쉽게 정보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본사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이베이는 과거 중국법인의 정보시스템을 글로벌 시스템으로 통합한 데 이어 한국법인인 옥션의 정보시스템도 통합하려 했다. 최 부사장은 “이베이는 옥션을 인수한 후 글로벌 시스템으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그러나 한국의 특수한 소비형태와 문화를 인정하면서 이베이가 이베이옥션의 독립성을 인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이베이옥션의 독립된 IT전략은 이젠 아시아 허브로서의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에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 법인을 지원하는 아시아 데이터센터 구축이 착수된다. 이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된 현지법인의 독립적인 IT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또 우리나라의 정보통신(IT) 기술에 대한 우수성도 본사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데이터센터 부지로는 부산, 인천 송도, 대전 지역을 물망에 올려놓고 있지만 부산 지역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부산지역이 해저 광케이블과 연결하기 쉬운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건립 형태는 데이터센터 운영사업자와 공동으로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필요한 면적은 1653㎡(약 500평)이다.
이베이옥션은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하더라도 현재 3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분산 수용돼 있는 정보시스템을 모두 통합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이 역시 안정성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향후에도 정보시스템은 재해복구(DR)센터를 포함해 2~3개의 데이터센터에 나눠 배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분산된 데이터센터는 메인센터와 백업센터 기능을 일부씩 나눠 갖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베이옥션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키는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조금이라도 위험 요인이 생긴다면 아무리 기술적 트렌드라 하더라도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최 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각종 테스트 시스템이나 백업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은 몰라도 핵심 시스템에는 절대로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베이옥션이 또 하나 중요시 여기는 것은 보안이다. 지난 4년 전부터 재해복구(DR)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위기 대응을 위한 IT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의 암호화도 한층 강화하고 데이터베이스(DB) 접근통제 등을 통해 철통 보안체계도 마련했다. 이처럼 이베이옥션이 보안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과거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사건이 지금은 약이 된 셈이다.
이렇게 강화된 보안체계는 지난 2009년 7월 7일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정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됐을 때 효과를 톡톡히 봤다. DDoS 공격이 발생했을 때 미국 이베이 본사에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무방비 상태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최 부사장은 더 이상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감하게 미국 이베이 본사와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국내 IT인력들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후 문제는 몇 분 만에 해결됐다. 결국 위급 상황에서는 국내 실정에 맞는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최 부사장의 소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된 것이다.
현재 이베이옥션과 이베이지마켓은 각각의 독립된 법인과 온라인 쇼핑몰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는 IT조직은 이미 통합이 이뤄진 상태다. 최 부사장은 IT조직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상당 기간이 걸리던 시스템 수정 보완 작업이 이제는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실제 이베이옥션과 이베이지마켓의 정보시스템은 1년에 통상적으로 200여개의 서비스 기능이 추가되거나 교체된다.
최 부사장은 “최근 옥션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반품 정책도 바로 즉각적인 정보시스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이를 위해 물류와 배송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 추가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IT조직 통합의 효과라는 게 최 부사장의 생각이다.
이베이옥션은 최근 구형 대형 서버를 쿼드코어가 탑재된 신형 서버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향후 2년 동안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IT자원 관리가 보다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베이지마켓 정보시스템에 대한 고도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고도화 프로젝트는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베이옥션의 정보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진행됐다.
이베이옥션에 입사한지 7년째인 최 부사장은 회사의 강점으로 조직 문화를 가장 먼저 말한다. 최 부사장은 “이베이옥션은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의 장점만을 모은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면서도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이베이옥션은 한 조사기관에 의해 국내에서 가장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