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15일 만나 연구개발(R&D) 등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부실대학을 제외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정부 R&D를 ‘인적자본 투자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부실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정부 지원금을 대학이 본연의 목적에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참에 방만한 경영과 정부 자금을 엉뚱한 데 써온 일부 대학의 그릇된 관행을 종식시키길 바란다.
그간 많은 대학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R&D 지원금을 우수한 연구 인력 양성보다 장비를 구입하거나 건물을 신축하는 데 썼다. 이공대처럼 관련 장비와 시설이 꼭 필요한 곳도 있지만 많은 대학이 이를 핑계로 외형을 늘리는 데 골몰한 게 사실이다.
일부 교수는 연구 지원금을 사적인 용도로 쓰기도 했다. 심지어 대학원생에게 가야할 연구비까지 가로챈 부도덕한 교수도 있다. 대학 R&D 지원금이 매년 느는 데도 대학의 R&D 성과가 덩달아 높아지지 않은 것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대학과 교수의 도덕성과 양심에 맡기니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사실 두 부처의 합의는 진작 있어야 했다.
두 부처는 그간 협력을 하기보다 반목하고 갈등했다. 이번 회동은 정책 협력의 필요성이 아닌 반값 등록금 논란 덕분(?)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로 두 부처의 사이가 나쁘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놓으려면 두 부처는 이번 회동을 새로운 동반 관계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앙금을 씻고 인재 양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최 장관의 말대로 두 부처가 힘을 합치면 국민이 행복해진다. 이렇게 하지 못하면 지경부와 교과부야말로 부실 대학과 똑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