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지난 2001년 분리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2010년 매출 규모가 5조4000억원에 이르는 등 원자력 발전량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을 발판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정부의 ‘장기전력수급정책’을 반영해 ‘2020 중장기 전략경영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은 중장기 전략경영계획 하에 에너지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지속가능경영 추진, 업무프로세스 개선, 기술 경쟁력 제고, 조직 인력관리 선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경영정보지원시스템 강화도 하나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다음 해인 2009년에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SAP ECC6.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급성장하며 방대하게 늘어난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2001년 설립 당시 한국전력으로부터 분리된 정보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 환경으로 SAP 패키지 솔루션 기반으로 ERP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 경영진은 ERP 업그레이드에 만족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확성, 안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원자력 발전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세계 첨단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이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산과 경영 각 부문에 응용되는 프로그램의 정밀도를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높여야 했다.
이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정보계획팀은 가장 먼저 개발된 제품들을 신속히 테스트 할 수 있도록 정확한 데이터 환경을 갖추기로 했다. 박상형 정보계획팀장은 “기존에 시스템 복제나 클라이언트 카피 프로그램으로 테스트 자료를 공급했다”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테스트를 하려면 방대한 전체 데이터를 전부 복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고 정확성도 떨어졌다. 결국 테스트 환경에 대한 개선은 불가피 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은 테스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테스트 환경개선 프로젝트의 목표는 생산운영데이터 전체를 테스트에 사용하던 비효율적인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박 팀장은 “운영데이터의 일부만 활용해 테스트 데이터를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면서 “테스트 데이터의 양이 줄고 테스트 데이터의 구축이 쉬워지면 최신 생산데이터를 제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제품 질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또 품질관리를 위한 테스트 결과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고 박 팀장은 설명한다.
이외에도 CTS(Change Transport System) 전송을 통한 품질시험 프로세스가 짧아지고 직원교육에 사용되던 낡은 데이터를 최신 데이터로 교체할 수 있다는 효과도 생겨났다. 프로그램 개발과 품질관리시스템(QAS)에 투입되는 데이터 구축과정이 운영시스템으로부터 독립돼 전체 생산시스템에 지장을 주는 일도 없어졌다. 여기에 테스트 데이터의 양이 줄면 디스크 용량 및 전체 시스템에 주는 부하도 줄일 수 있다. 박 팀장은 “테스트 환경 개선은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테스트 환경개선 계획에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테스트 데이터와 전체 운영데이터간의 정합성 여부다. 테스트 데이터를 사용한 결과와 전체 생산 운영 데이터를 사용한 테스트 결과가 편차없이 일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정보계획팀은 전력정보시스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한전KDN과 협력하기로 했다. 한전KDN은 한국수력원자력 ERP 구축업체로 그동안 SAP ERP의 운영서비스를 맡아 왔다. 한전KDN 한국수력원자력의 ERP시스템인 SAP ECC6.0과 서버 호환성 및 테스트 데이터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SAP의 테스트데이터마이그레이션서버(TDMS) 도입을 추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추천을 받아 들여 SAP의 TDMS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TDMS 기반으로 구축되는 테스트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2009년 6월 착수해 4주간 진행했다. 이는 국내 전력산업 최초의 TDMS 기반 프로젝트였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은 생산과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가능한 최단 기간 내 구축을 완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았다. 박 팀장은 “한전KDN의 전력정보시스템 구축 경험과 SAP코리아의 컨설팅팀의 노력으로 가능하게 됐다”면서 “특히 인도의 SAP 개발조직과 협력을 했던 점이 단기간 내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전했다.
TDMS로 테스트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되자 프로그램의 개발자들과 운영자들은 즉각적으로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테스트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약 15일 이 소요됐다. 한국수력원자력 한 실무자는 “과거에는 테스트 데이터를 구축하려면 운영시스템에 주는 영향을 피하기 위해 주로 밤에 작업을 했고 개발자와 운영자들은 수시로 야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TDMS로 생산 운영데이터를 품질관리시스템의 테스트 데이터로 전환시키면 데이터의 양이 1테라바이트(TB)에서 300기가바이트(GB)로 현격히 감소하게 돼 테스트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이틀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물론, 야근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테스트 데이터 구축 기간이 단축되자 최신 데이터가 프로그램 개발과 관리에 바로 투입될 수 있었다. 이는 바로 품질개선으로 이어졌고 CTS 전송회수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이제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개발자들이 일선 프로그램 사용자들에게 제품 테스트 결과를 증빙해 공급하기도 한다.
개발 품질이 향상되면서 전국 지사와 사업소에 안정되고 빠른 응용 프로그램들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최종 사용자의 오류발생 건수가 줄고 작업속도도 빨라졌다. 비용절감 효과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박 팀장은 “디스크 사용량이 감소해 일회적인 비용절감 만으로 TDMS 투자비용의 절반을 회수 할 수 있었다”면서 “테스트 데이터 구축기간이 단축되면서 매년 직접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약 1100만원 정도 절감됐다”고 언급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