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 매포자원순환농공단지내 2만1326㎡ 부지. 이곳에 국내에서는 아직 이름도 생소한 금속 리사이클 전용 제련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묻히고 버려지면서 천대받던 산업 부산물이 신데렐라로 둔갑하는 이곳. LS니꼬동제련의 미래 성장동력인 리사이클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GRM 단양 공장이다. GRM은 지난해 4월 착공 후 1년 1개월 만에 연면적 2만1326㎡ 규모의 폐금속 재활용 전용 제련공장을 준공했다.
◇리사이클 사업에 미래 있다=GRM은 LS니꼬동제련의 100% 출자사로 2008년 설립됐다. 2020년까지 4개의 전략사업군에서 20조원의 매출과 2조원의 경상이익을 창출한다는 LS니꼬동제련의 목표 달성을 위한 주력사업으로 리사이클 사업이 한축을 꿰차면서 GRM은 탄생했다.
특히 GRM의 탄생에는 구자명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과거부터 필요성은 인식해왔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던 리사이클 사업에 구 회장이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70년이 넘는 LS니꼬동제련 역사상 GRM이 최초의 자회사로 등극한 것도 리사이클 사업에 대한 구 회장의 애정 때문이었다.
LS니꼬동제련은 GRM을 시금석 삼아 유럽 및 일본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리사이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리사이클 사업을 기반으로 2차전지·태양광 분야 소재까지 공급하면서 지난해 14조원의 매출을 올린 벨기에의 유미코어나 자원순환 사업 모델인 에코시스템을 정착시킨 도와홀딩스 등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상황. 하지만 기술력과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망을 갖추고 있어 향후 중국이나 제련시설이 없는 미국 등에서도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은·동 나와라 ‘뚝딱’= 지난달 31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GRM 공장은 산업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에서 금·은·구리 등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국내 최초의 자원순환시설이다.
안내를 받고 제일 먼저 들어간 창고에는 언뜻 보기에는 버려진 흙더미 같은 것이 가득 쌓여있다. GRM 공장의 원재료가 되는 산업 부산물인 재류(슬러지)다.
이곳에는 주로 전기·전자제품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액이나 슬러지, 전선·반도체산업에서 발생하는 스크랩 등이 모여든다. 과거와 달리 이런 부산물들은 현재 금·은·구리 시세와 함유량에 거래 가격이 정해진다.
원재료 보관 창고를 나오니 GRM 공장의 심장, 리사이클 전용 제련소가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련소의 종합 상황실로 들어가니 거대한 전면 유리창 밖으로 제련소의 핵심 시설인 TSL(Top Submerged Lance)로가 나타났다. TSL로는 대형 파이프가 로에 직접 담겨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광호 GRM 건설팀 부장은 “쇳물 아래 부분까지 파이프가 직접 원재료를 공급하기 때문에 슬러지와 산소·유연탄 가루 등 원재료의 혼합이 잘되고 열을 이용하는 효율 또한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쇳물과 원재료가 섞인 1300℃의 붉은색 용융액이 정제로로 흘러들어갔다. 정제로로 들어간 용융액은 비중에 따라 분리되는데 금·은·구리가 함유된 블랙카파와 슬래그가 최종 산물이다.
블랙카파는 원재료의 성상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75% 이상의 구리, 1% 미만의 금·은을 함유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블랙카파는 LS니꼬동제련의 울산 온산 제련소로 바로 보내져 다시 제련 과정을 거친 후 완전한 형태의 금·은·구리로 재탄생한다.
GRM은 이런 과정을 거쳐 연간 금·은·구리(블랙카파) 1만7600톤, 슬래그 4만6700톤, 석고 9000톤 등 총 7만3300톤과 시간당 17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단양=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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