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해놓고 사업비 추가하라니?"

 정부가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 사업자를 선정한 이후 사업비 등의 추가 투자를 요구해 해당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31일 고효율 대면적 태양전지 및 건물·소형도시 단위 스마트그리드 기술인 K-MEG(코리아마이크로에너지그리드·삼성물산)를 포함해 글로벌선도 천연물 신약(동아제약), IT융·복합기기용 핵심부품(LG전자), 차세대 전기차 및 그린수송시스템(현대자동차),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삼성전자) 등 미래선도기술개발사업 5개 컨소시엄을 과제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건물·마을 등 소규모 단위에서 전기와 열에너지 활용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K-MEG 개발 과제는 삼성물산·GS건설·SK C&C·대우정보통신 4개 컨소시엄이 각축전을 벌인 끝에 60여개 기업들로 구성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최종 낙점됐다.

 하지만 선정 발표 3일 후인 이달 3일 지경부 산하 R&D 전략기획단은 삼성물산에 ‘2011년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조기성과창출형과제(K-MEG) 사업비 조정 협조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삼성물산 컨소시엄 계획안의 현금·현물 규모가 실증사업으로 진행되는 본 과제의 특수성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평가위원들의 의견을 담아 사업비를 상향조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삼성물산은 해당 공문내용을 바탕으로 참여한 60여개사 기업 및 연구단체에 사업비 등의 재조정을 공지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은 수요 예측을 통해 계획안을 만들어야 하는 R&D 전략기획단의 계획안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선정업체 한 관계자는 “선정됐다는 기쁨보다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제안한 사업비가 선정에서 탈락한 다른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비에 비해 턱없이 낮아(기준 없이) 뒤늦게 형평성을 맞추려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이번 과제에 100억원 미만의 사업비를 제안했으나 다른 컨소시엄들은 두 배가 넘는 사업 투자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기획단 관계자는 “이번에 사업비를 조정하게 된 것은 평가 과정에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내용이 가장 좋았지만 매출과 직결되는 실증사업인 만큼 비용이 많이 발생해 평가위원회를 통해 이같이 결정하게 됐다”며 사전 기획단계에서 정한 안이 아님을 시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추가비용 부담에 대한 근거가 희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초기인 만큼 하나의 과정”이라며 “추가로 부담할 사업비는 사업단 및 업체들과 협의해 문제가 없는 선에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 관계자는 “사업비 조정 같은 세부 업무조정은 R&D전략기획단 소관이기 때문에 지경부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 통상 최종 협약 전까지는 예산 세부조정 등을 통해 사업비가 부족할 경우 정부 출연금과 함께 민간 자금 출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