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다음날을 휴일로 지정하자`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해 재래시장을 살리자` `공공기관 출근은 오전 8시에 하고 퇴근은 오후 5시에 하자`.
17~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민생점검을 위한 국정토론회`에서는 40건이 넘는 정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차관 70명, 청와대 수석ㆍ기획관 16명이 합숙하며 토론을 진행한 것 자체도 이례적이다. 장차관들은 `골목경기 개선`과 `서민경제를 위한 국내 관광 활성화`라는 주제를 놓고 총 8가지 분과에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가장 눈길을 끈 아이디어는 근로행태 변화 방안이었다. 여가 시간을 늘려 소비를 촉진해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공무원 출퇴근 시간을 오전 8시~오후 5시로 하는 `공공 부문 근로시간 8-5제`, 겨울방학을 단축하고 봄ㆍ가을 방학을 늘리는 `방학분산제`,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다음날을 휴일로 지정하는 `대체공휴일제` 등의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하지만 바로 실효성 논란이 터져 나왔다. 보건복지부에서 대체공휴일제를 제안하자 지식경제부는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염려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7월부터 2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도 주 40시간제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대체공휴일제까지 도입하면 중소ㆍ영세기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방학분산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봄ㆍ가을 우리나라 날씨가 좋을 때 방학을 해야 국내 관광에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만 학기를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반대했다.
골목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제안도 논란을 촉발했다. 한 참석자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재래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하자 다른 참석자들은 "영업시간 제한은 시장원리에 배치되는 데다 대형마트 규제는 국제규범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중소기업 지원책도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공단 등 취약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이 주택을 조성할 때 지원하자는 `일터 옆 보금자리 지원`이 대표적인 예. 국가산업단지 소재 중소기업만 4만개가 넘는데,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식 아이디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에 한해 소득공제율을 확대하고, 월 2회 실시 중인 공무원 구내식당 휴무제를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는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판매 확대를 위해 공공 부문 특근ㆍ식사비의 일정 비율을 이 상품권으로 지급하자는 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기반 확대를 위해 동반성장 컨셉트를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 세출예산이 중앙부처보다 많다"며 "MRO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확대하는 한편 동반성장 흐름을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중소기업ㆍ소상공인들의 제품 판매 경로가 확대되고 소득기반이 확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는 16개 시ㆍ도가 함께하는 `지역 동반성장 추진협의회`를 설치하고 동반성장 담당관을 둬 대ㆍ중소기업 상생경영이 실제 이뤄지는지 실태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수도권에서도 동반성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지방까지 동반성장이 확산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부처 간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실행할 수 있는 안건들은 부처 협의를 거쳐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 발표 때 포함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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