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10년을 향해 뛰는 `수퍼유저코리아`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인 국산 리눅스 전문업체 수퍼유저코리아(대표 박성수)가 국내 리눅스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10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국내 IT업계의 통설을 뒤집기라도 하듯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은 것. 그동안 수많은 국내 리눅스 배포판 업체들이 IT산업계에 등장해 사라지거나 종적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창립 ‘10주년’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수퍼유저코리아는 서버 전용 리눅스 배포판인 ‘수리눅스(Sulinux)’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다. 과거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에 힘입어 다양한 국산 배포판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은 국산 제품은 별로 없다. 지난 2005년 처음으로 공식 발표된 ‘수리눅스’는 현재 15만 카피 이상이 보급됐다. ‘수리눅스’는 외산 제품인 ‘레드햇’과는 시장이 다소 차별화돼 있지만 서버용 리눅스 시장을 놓고 당당하게 외산 제품과 경쟁하는 제품이다.

 수퍼유저코리아는 국내 대표적인 리눅스 포털 ‘www.linux.co.kr’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이 사이트는 지난 98년 오픈했다. 사이트 오픈 기점으로 벌써 13년이 됐다. 지난 2001년 6월 창업한 수퍼유저코리아가 중간에 도메인을 인수해 리눅스 포털의 대표 주자로 지켜냈다. 현재 5만명의 회원이 이 사이트에 가입해 리눅스 정보를 얻고, 리눅스를 학습하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보급하면서 수퍼유저코리아가 10년간 버텨온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사의 주요 수익모델은 기술지원료다. 오픈소스인 ‘수리눅스’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설치 및 애프터 서비스 등이 필요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월정액 기준으로 기술 지원 계약을 맺는다.

 박성수 대표의 리눅스 사랑은 역사가 꽤 길다. 원래 KT의 ‘코넷(KORNET)’ 담당자로 일하다 리눅스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코넷망에 리눅스를 도입하는 데도 일조했다. KT에 사직서를 내고, 리눅스 전문업체를 설립한 게 리눅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는 ‘리눅스 서버 관리 실무 바이블’ ‘리눅스 실무 기술 300’ ‘리눅스 실무보안관리’ 등 리눅스 관련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회장직도 맡아 국내 리눅스 보급 및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서버 전용 리눅스 배포판 개발 및 보급의 공적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리눅스에 대한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성수 대표의 리눅스 열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적화된 리눅스 배포판을 개발하기 위해 클라우드 핵심기술인 ‘하둡(hadoop)’ 기반의 대용량 파일 분산처리시스템(HDFS)을 현재 개발 중이다. 연내 제품화하겠다는 게 목표다.

 수퍼유저코리아는 최근 조달 및 엔터프라이즈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에 조달청 온라인 거래사이트인 ‘나라장터’에 등록해 공공기관 납품도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다. ‘레드햇’이 강자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달 초 창업 10주년 행사를 조촐하게 치른 박성수 대표는 “국내 실정에 맞는 국산 리눅스 배포판이 있는데 굳이 외국산을 쓸 필요가 있냐”며 국산 제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 제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에서 나름대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산 ‘홍치 리눅스’의 예를 들었다.

 수퍼유저코리아의 또 다른 10년이 이제 시작됐다. 험난한 국산 리눅스 시장을 과연 어떻게 지켜낼지 리눅스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