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초콜릿’ ‘블루투스폰’…. 높은 인기를 누리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던 피처폰 단말기다. 국내에서 더 이상은 이같은 화려한 피처폰 라인업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내 시장 피처폰 단종’을 선언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한편, 삼성전자·LG전자 등도 피처폰 라인업을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에 이어 모토로라도 더 이상 우리나라 시장에 피처폰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모토로라는 2005년 출시한 피처폰 ‘레이저 오리지날’을 전 세계 1억대 이상 판매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피처폰 시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국내에서도 이 모델과 함께 ‘레이저 스퀘어드’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어선 애플·삼성전자 등에 밀려 아직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임성연 모토로라 부장은 “한국에는 더 이상의 피처폰을 출시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차적으로 스마트폰 비중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트릭스’는 국내 시장에서 기대보다 저조한 개통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최초로 외국 휴대폰 제조사 주최의 개발자대회를 여는 등 스마트폰 마케팅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스카이 브랜드로 ‘프리미엄 피처폰’ 이미지를 구가해 온 팬택도 국내서는 더 이상 피처폰을 내놓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지난 10일 1.5㎓ 듀얼코어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를 발 빠르게 내놓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예전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되찾기에 나섰다. ‘미라크A’ 등으로 보급형 시장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휴대폰 제조사들은 계속 피처폰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국내 마케팅 역량을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피처폰 라인업 비중을 계속 줄여나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이번 상반기 국내 시장에 5종의 피처폰을 출시했다. 예년에 비해 라인업이 점차 줄어들 뿐 아니라 ‘노리’, ‘와이파이’ 등 대부분 새로운 시리즈가 아닌 기존 피차폰 라인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단말기들이다. 전통적인 피처폰 수요처인 10대와 중장년층도 갤럭시 시리즈 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대 소비자의 경우에도 피처폰 대신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네오’나 ‘갤럭시 에이스’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고, 중장년층은 이들 보다 더 먼저 스마트폰을 찾는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해 스마트폰 개발·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연 20개 모델 가까이 출시되던 예년의 절반 수준인 10여개의 피처폰 모델을 내놓았다. 올해도 비슷한 수의 피처폰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피처폰 전성기 때는 ‘초콜릿’ 등 복수의 이동통신사업자를 통해 내놓는 피처폰 단말기가 여러 종 있었지만, 지난해부턴 개별 이통사의 서비스를 탑재한 피처폰을 주로 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피처폰 구조조정’을 통해 MC사업부를 흑자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에 따라 스마트폰 비중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하고 피처폰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수지를 맞춰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