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IT제품 포장의 중요성에 처음으로 주목한 인물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받고, 포장을 뜯으면서 느끼는 기쁨을 최대화하기 위한 애플의 철저한 계산이 포장 속에 내재돼 있다. 스티브 잡스는 포장지의 재질은 물론, 색깔까지 꼼꼼하게 챙기기로 유명하다.
애플이 제품 포장을 소비자와의 최초 접점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전자업체들은 포장은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차원에서 접근한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기가 국내 부품업체 중 처음으로 포장 기술사를 배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포장 기술사는 포장 분야 전문가에게 수여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다.
세트업체도 아닌 부품업체가 포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가를 길러낸 것은 특이한 일이다.
국내 부품업계 1호 포장 기술사인 권성희 책임연구원(38)은 지난 95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포장 개발업무를 담당해오고 있다. 권 책임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매일 4시간씩 공부해왔을 정도로 사내에서는 ‘귀여운 악바리’로 불린다.
권 책임은 “완제품 분야에서 포장은 디자인의 기능이 강하지만, 전자부품 포장은 품질·물류·생산·영업 등 여러 기능과 연관된다”면서 “정전기에 취약한 제품에 포장재를 잘못 쓰면 불량이 생기고, 포장지에서 먼지가 묻으면 TV 완제품 불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향후 품위포장·친환경 포장 분야를 더 공부해 회사 이미지 향상은 물론, 매출에도 기여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