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부국 통화 주춤하지만 3분기부터 강세 돌아설듯

# 1. 금을 가공해 반도체 부품에 들어가는 골드본딩와이어를 제작하는 한 중견기업은 금값이 상승하면서 매출액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727억원으로 전년 4분기 1649억원보다 5% 정도 증가한 것.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납품 주문을 받을 때 금값은 당일 시세로 자동 반영하는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

# 2. 호주 시드니로 고등학생 자녀를 유학 보낸 김상진 씨(52)는 근심이 깊다. 호주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송금할 금액이 만만치 않게 는 것. 호주달러당 원화값은 2008년 10월 835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달 1140원까지 급락했다. 김씨는 "아무리 못 보내도 생활비와 학비로 매달 2000달러는 보낸다"면서 "하지만 호주달러 강세로 35%는 더 환전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이달 들어 원자재ㆍ농산물 값이 조정을 받으면서 자원부국 통화들이 덩달아 하락하고 있지만 늦어도 3분기부터 다시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는 29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고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이 양적 완화(QE2)를 종료하면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이른바 `글로벌 상품통화(Commodity Currency)`들 전성기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품통화가 늦어도 3분기부터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21일 "미국이 양적 완화를 종료한 데다 유럽 재정마저 불안해 당분간 미국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럽 재정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3분기부터는 다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상품통화들도 강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상품통화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달러,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노르웨이 크로네, 남아공 랜드 등 주요 상품통화는 2008년 말보다 25~50% 절상됐다. 호주달러가 50.5% 상승해 절상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남아공 랜드 39.3%, 뉴질랜드달러 39.2%, 노르웨이 크로네 25.3% 순이었다.

이는 주요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과 관련 깊다. 조정을 받고 있지만 작년 말보다는 크게 오른 상태다. 옥수수는 27.1%, 금은 11%, 두바이유는 25.9%, 브렌트유는 25.4% 각각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에 상품통화가 연동되는 까닭은 크게 세 가지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원자재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해 헤지 수단으로 상품통화를 선호하고 있으며 △미국 달러 약세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고수익 자산을 추구하고 △호주 등 자원부국들이 원자재 수출로 재정건전성이 개선되자 금리 인상 등 통화에 대한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입에서 이들 국가와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이다.

하지만 상품통화나 원화 모두 달러 대비 위험통화로 분류되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 해소→글로벌 투자심리 부활→원자재 수요 급증→상품통화 강세→원화 강세 확대로 이어질 염려도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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