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사회
-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RFID/USN센터장
■주제발표
- 유수근 지경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패널
- 고상근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 양병선 유비벨록스 모바일사업본부 전무
- 이제형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전장 플랫폼 혁신과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을 뛰어넘는 신개념의 자동차IT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차량용 SW 플랫폼을 개방화뿐만 아니라 도로 시스템 및 환경 등 외부 인프라를 IT시스템을 활용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저녁 서울 삼정호텔에서 ‘자동차와 IT`를 주제로 진행된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 참석한 IT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IT융합을 촉진하는 전장 플랫폼과 임베디드SW, 차량 통신 등에서 벗어나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전환과 차량 외부 환경에 앞으로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주력산업과 IT의 융합 관점에서 자동차와 IT는 전장과 인포테인먼트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른바 ‘탈 임베디드SW’와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고민이 제기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수근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이미 선진국들은 차량의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우리도 차량과 각종 신호등 및 교통상황을 통신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취약한 차량용 SoC 개발에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삼 아모텍 부회장은 “우리나라도 자동차의 개방형 플랫폼을 구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개발해야 한다”며 “신호등 시스템, 전기차 충전소 시스템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인프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차량의 안전성 보장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서 볼 때 결국 IT는 많은 센서를 통해 통신 플랫폼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분석하고 제어해주는 것”이라며 “임베디드SW 형태로만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자동차와 IT융합 논의를 외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패널 발표에 나선 고상근 서울대 교수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차량에서 DMB를 볼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 자동차와 IT융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많은데 이는 명백한 오해이며 궁극적으로 스마트카는 교통정보를 무선통신을 통해 양방향으로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자동차 주행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스마트카의 개념”이라며 “자동차 내부에서 SW를 집어넣기 보다는 먼저 인프라를 스마트하게 만들어놓고 차량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주제 발표-유수근 지경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2001년부터 IT버블이 꺼지면서 IT산업 성장률이 낮아졌다. 2009년 경제위기에서 IT산업이 경제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세계 IT 시장도 비슷하다. 2000년을 기점으로 두자릿수 성장에서 한 자릿수 성장으로 감소하는 반면 세계 IT융합 시장은 2020년까지 두자릿수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IT융합 성장거점 구축 및 운영을 통해 IT융합 시장 창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주력산업 분야와 IT산업간 전문가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산업IT융합포럼·산업IT융합지원센터·산업IT혁신센터를 만들었다. 기존 차량IT혁신센터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구축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중장기 및 단기 R&D 프로젝트를 통해 기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IT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차량의 경우 SW-SoC 동반 육성 전략을 고민 중이다. 자동차의 IT 도입은 파워트레인·바디·섀시(안전)·인포테인먼트(정보)·차량통신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SW 플랫폼으로는 차량의 이동 및 안전주행을 위한 전장SW 플랫폼, 고객 서비스 만족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미래 ITS/텔레매틱스를 위한 통신 플랫폼으로 나누어진다.
전장 SW 플랫폼으로는 ‘AUTOSAR’에 현대자동차와 전자통신연구원(ETRI)가 참여해서 표준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부품 분야에서는 표준화가 지원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V2X 통신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제는 현재 여러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차량 충돌을 막을 수 있다든지 하는 안전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차량IT혁신센터를 통해서는 단말용 위젯 시스템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차량 개발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IT융합 SW산업의 숙제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젠은 텔레매틱스용 다국어 음성인식을 위한 미들웨어를 개발했으며 디지털아리아는 물리적인 계기판을 없애고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 속도나 주행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UI프레임웍을 개발했다. 특히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 내외장형 통합 안테나를 개발해 2013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경쟁력이 취약한 차량 반도체 개발에 더욱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패널발표
◇고상근 서울대학교 교수
카(Car) 2.0이라는 컨셉트를 만들어봤다. 1965년의 자동차와 2011년의 자동차는 크게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의 차는 카 1.0이었다.
카 2.0은 탈것의 네트워크화(Vehicle Network)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전장부품은 부품을 전자화한 것이지 IT화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부분이 IT와 자동차의 융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안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긴다고 융합인가’라는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융합된 것이 없다고 본다.
미래 자동차는 양방향으로 교통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해 모빌리티를 구성하는 새로운 자동차가 될 것이다. 기존 GPS나 하이패스는 단지 일부분에서만 차량 네트워크를 지원한 것이다. 새로운 컨셉트의 카 2.0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삼색 신호등 해프닝이 있었다. 다양한 논란이 있었지만 삼색신호등 논란에서 우리는 새로운 개념을 찾아봐야 한다. 다시 말해 카 2.0은 기존의 신호등에 무선통신을 추가한 스마트 신호등을 인프라로 깔아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 신호등이 스마트 트래픽 라이트로 가게 되면 새로운 개념의 카 2.0을 구현할 수 있는데 이는 정부가 해줘야 할 일이다. 신호등만 무선통신을 이용해 정보를 제공해주면 상당한 규모의 부가 시장이 창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에 SW를 맞추는 것보다 먼저 인프라를 스마트하게 만들어놓고 자동차를 맞춰야 한다. 아직까지 스마트 신호등을 제대로 만든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먼저 스마트 신호등을 설치해 줘야 한다. 신호등이 카 2.0과 기존 ITS로 가는 병목이다. HW가 일단 설치되면 SW는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정부가 스마트 신호등을 설치하면 산업체가 스마트 신호등에 맞는 응용 카 2.0을 만들게 된다.
◇양병선 유비벨록스 모바일사업본부 전무
사람들은 보통 자동차의 엔진을 먼저 생각한다. 자동차의 출력 경쟁을 놓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앞으로도 출력에 대한 부분은 계속 중요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차를 출시했을 때 내세우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에는 안전이었다. 최근에는 디자인 시대가 됐다. 기아자동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차량IT 컨버전스다. 세계가전쇼(CES)에 가보면 최근 1~2년 새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전시 부스를 꾸미고 있다. 현대자동차나 BMW 등이 이미 참가했다.
지난해 CES에서는 포드의 기조연설이 인상적이었다. 포드는 차량 내에서 IT를 결합한 제품을 올해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능을 자동차를 구입한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 이외의 차량IT가 자동차 제조사들의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 포드가 발표한 플랫폼 ‘싱크(Sync)’는 차량을 구매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겠다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아이팟의 외부 입력단자를 통해 차량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이 아이폰으로는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자동차 개발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최근에 나온 아이폰을 지원하게끔 아이팟 외부 입력단자를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드의 싱크는 이런 사례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발표였다.
자동차 내부 인포테인먼트(In Vehicle Infortainment) 기반의 스마트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LTE와 같은 초고속 무선인터넷 기술, 커넥티비티(Connectivity)를 최적화한 인터페이스, 멀티미디어 N스크린의 개념과 인포테인먼트용 SW플랫폼, 텔레매틱스 서비스 인프라까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형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자동차에서 에너지 효율성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IT를 어떻게 하면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편의성·안전성·인포테인먼트·환경과의 효율성이 거론됐다.
자동차는 지금까지 외부의 도로 및 교통 환경과 물리적으로 차단된 채 운전자가 받아들이는 정보에 의해서만 운행돼 왔다. 하지만 현재는 외부 정보를 차량이 스스로 인식하고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느냐의 문제가 강조된다. 다시 말해 IT는 도로정보, 교통정보 등을 차량이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즉 IT를 활용하면 운전자에게 차량이 파악한 도로정보나 교통정보 등 외부 정보에 맞게 운전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 준다.
자동차가 고립된 시스템으로 외부와 차단됐고 자체 운전자와의 상호 정보 교환으로만 차량이 운행됐는데 지금은 외부 정보를 흡수해서 어떻게 하면 전체 시스템에서 최적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IT는 도로정보, 교통정보 등을 차량이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가 어떻게 하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매니지먼트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최적의 운전기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전방의 주행상황을 고려해서 냉난방을 최적으로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운전자가 경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적 경로, 최적 변속단을 안내해주는 것이 그러한 예다.
이미 세계에서는 피아트와 MS가 협업해서 운전자 성향을 분석하고 경제 운전을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연비가 문제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성과 연관돼 있다. 현재 시장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경차와 연비가 좋은 차다. 이러한 기술이 IT와 연계해서 상품화가 되면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도로정보를 자동차에 입력했을 때 에너지가 얼마나 소비되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기대되는 연구 분야라고 생각한다.
운전자가 운전하는 습관도 큰 변수가 된다. 액셀레이터를 밟을 때 성향에 따라 운전습관을 도로 사정과 교통 흐름에 따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안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면 경제적인 운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