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가 새로운 미래의 비즈니스 원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으로 변형시키기 위한 다양한 작업을 먼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고 맞춤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나중에 전달받는 방식으로 많은 회사들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대량 맞춤화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과거에 수차례 이런 모델이 소개됐고, 수 십 년전부터 이런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기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몇몇 기업들의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 커다란 변화의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과거의 시도와는 차별화 되고 있다. 과거의 시도가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DIY(Do It Yourself) 구현이 불완전했고, 비용이 많이 발생했으며, 오늘날처럼 편리한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존재하지 못했던 것 등을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무엇이 바뀐 것일까. 일단 대량 맞춤화를 위한 기술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제일 중요한 변화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는 수 십억원의 비용에 이런 대량 맞춤화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거의 1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했는데, 최근에는 5만달러 정도의 비용에 두 달 정도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들도 과거보다 훨씬 쉽게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변형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 중에서 고객들의 6% 정도만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해서 많은 것들을 변형해서 구입 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트렌드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디지털 경험이 고객들의 기대수준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록 제품 자체를 디자인하는데 참여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은 자신이 언젠가는 디자인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는 곳과 그런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서비스나 제품을 다른 수준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서 가지게 된 경험한 고객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만족도와 함께 이런 종류의 경험이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로 찾게 된다고 한다.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시에 이런 서비스나 제품 가격이 매우 저렴해지고 있다. 특히 터치스크린과 동작인식 인터페이스, 더 나아가서는 뇌파인식 인터페이스 등이 보급되면서 점점 쉽게 제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고치기 쉬워지게 될 것이다.
고객들은 이런 집단 맞춤화에 참여하면서 프로슈밍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 가미된 새로운 제품군을 등록하고, 이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런 대량 맞춤화 물결에 최근에는 대형 업체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DIY 요소를 중심으로 하는 대량 맞춤화의 매력은 단순히 좋은 제품이나 저렴한 가격 등이 아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인이 같이 생산하고 디자인했다는 심리적인 충성도와 보다 높은 수준의 성취욕이 함께 작용한다. 모든 것이 대량생산되고 기성 상품화되는 사회에서 이런 새로운 경향은 사회 전반에 개인들의 능력이 커지고, 이들의 네트워크 힘이 발휘되는 최근의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 jihoon.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