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을 2013년부터 IC칩이 내장된 전자주민증으로 교체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자주민증 도입에 관한 내용을 담은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최근 열린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에 상정조차되지 못했다.
6월 국회 통과가 무산됐을 뿐 아니라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가을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되기 어려워 보인다.
행안부가 도입하는 전자주민증은 표면에 이름과 생년월일 등 기본 사항만 기재하고 IC칩에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를 담는 것인데 인권침해와 예산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안부가 작년 9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인권위 토론과 공청회 등을 거치며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지난 3월 열린 행안위 법안소위에서도 이런 지적에 부딪쳤다.
최근에는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민.종교단체 등에서 전자주민증 도입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전자주민증을 반대하는 이들은 주민증 위·변조 사건 연 수백건을 막으려고 약 5천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예산 낭비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해킹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점을 감안하면 IC칩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전자신분증이 도입되고 나면 효율성 등을 내세워 운전면허증 등 다른 신분증과 통합하면서 개인 사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생체정보가 오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현재 주민증을 도입한 지 12년이 지나서 교체할 시기가 된데다 주민증 위변조가 너무 손쉽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합 신분증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고 IC칩에 들어있는 정보를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할 수 없도록 법안에 명시했으므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행안부는 말했다.
행안부는 IC칩 비밀번호를 잃어버릴 경우에는 지문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는데 지문은 어차피 지금도 주민증에 수록돼 있으며 일부의 추정과 달리 홍채 정보 등은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