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자료 없어진 국내 가전시장, 주요 업체간 통큰 협력만이 해법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가전시장 자료에 대한 각사별 입장

 국내 가전시장 제품 정보로 활용되던 GfK 보고서에 하이마트·LG전자 등이 자료 제공을 중단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많이 팔린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가이드를 얻을 수 없는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도 시장이나 경쟁사 움직임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졌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23일 전문가들은 “소비자 선택권 제공 차원에서라도 가전 내수 판매 데이터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꼭 GfK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주요 유통사, 제조사들이 통큰 협력을 통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공동 제공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본지 6월 1일자 11면 참조

 ◇신뢰할 자료가 없다=하이마트는 지난 1월부터 GfK에 판매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회사 영업정보인 만큼 자체 판단으로 데이터 제공 중단을 결정했고, 삼성·LG 등 제조사와는 개별 접촉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3월 말부터는 LG전자가 GfK에 데이터 제공을 끊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양판의 25%를 점유하는 하이마트 정보가 빠지면서 정보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중소 가전기기 업체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MP3플레이어·카메라 업체들도 주요 소스가 빠진 GfK 자료 구독을 중단할 움직임이다. 중소 제조업체들도 시장 정보를 얻고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판단근거·제조사 전략에도 차질=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은 업체마다 최고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자료 이외에 공신력 있는 제품판매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전사인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GfK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시장 자료도 받아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반을 리뷰하고 경쟁사의 동향을 알 수 없다며 답답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전략 마련의 근거와 소비자 구매 판단 정보가 많이 부족해진 상황”이라며 “주요 유통·제조사들이 근거자료를 내놓고 시장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향이 옳다”고 밝혔다.

 최근 상황과 관련, GfK코리아 관계자는 “어느 유통업체의 정보가 데이터에 활용됐고, 누가 구독을 하는가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요 업체 간 합의가 해법=가장 빠른 해법은 GfK가 하이마트·LG전자 등 주요 채널의 정보를 받아 데이터를 내놓는 것이다. 하이마트와 삼성·LG의 유통정보만 포함돼도 시장 전체를 예측하는 데는 큰 무리는 없다는 해석이다.

 일부에서는 영리법인인 GfK가 아닌, 정부나 협회 차원에서 국내 가전유통 정보를 생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방법도 주요 업체 간 정보제공에 대한 합의와 결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현재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통계청 보고나 금융감독원 결산 보고서 등으로는 품목별 내수 집계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주요 업체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약속없이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만들 수 없다”며 “업체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보다 큰 틀에서 시장 질을 높이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국내 가전시장 자료에 대한 각사별 입장

※자료: 업계 취합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