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은행권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해 왔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액센츄어를 사업자로 선정해 ‘포스트 차세대 실행계획 사업’에도 착수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기업은행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포스트 차세대 구축 설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운영 중이다. 56명으로 구성된 이 TF는 60%의 인력이 현업 실무인력으로 이뤄져 있다. 현업 중심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업은행은 실행계획 사업이 완료되는 9월 말에는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안을 대부분 확정지을 계획이다. 또 일부 시급히 추진해야 할 퀵-인 과제는 4분기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퀵-인 과제로는 IT서비스관리(ITSM) 시스템 구축과 정산시스템 재구축 사업 등이 논의되고 있다.
계정계시스템, 정보계시스템, 대외계시스템 등 전 시스템의 본격적인 재구축 작업은 내년부터 착수된다. 현재 기업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향후 3년 동안 과제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한 예산도 총 2600억원을 책정했다.
기업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돼 있는 계정계시스템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 하는지 여부다. 기업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실행계획 사업으로 최종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내부적으로 다운사이징을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좀 더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코어뱅킹 솔루션 도입 여부다. 기업은행은 1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당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그리스의 ‘테메노스’라는 코어뱅킹 제품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이 제품의 대부분을 기업은행 실정에 맞게 커스트마이징해서 구축했다. 따라서 이번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는 △국내에 적용된 사례가 많은 코어뱅킹 솔루션을 도입할지 △기존 테메노스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지 △개발 프레임워크 기반으로 자체 구축할지가 관심사다.
김홍준 팀장은 “과거 1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절에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후 현업사용자가 이를 잘 쓸 수 있도록 했다면 이번 2기 차세대시스템은 구축 초기부터 비즈니스 관점에서 현업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한 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중 가장 먼저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고민한 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9년부터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내부 방안을 마련하다 민영화와 지주사 출범으로 인해 논의를 중단했다. 여기에 최근 은행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경영 전략이 마련된 뒤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경영적 이슈가 정리되는 내년 말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산업은행도 빅뱅 방식보다는 단계적 방식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외에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M&A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각이 이뤄진 후 인수 은행 상황에 따라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은행이 인수하게 될 경우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보다는 시스템통합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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