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리더]양길우 현대시멘트 정보시스템실장(이사)

 시멘트산업은 장치산업이다 보니 정보화가 다른 산업에 비해 늦다. 더욱이 시멘트라는 단일 품종을 생산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정보화에 대한 매력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러한 시멘트산업이 급변하는 산업환경을 맞아 서서히 정보화에 눈을 뜨고 있다. 지난 1958년 현대건설시멘트사업부로 시멘트 산업에 첫발을 내딛은 현대시멘트도 예외는 아니다.

 “시멘트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원가절감이 화두였습니다. 현대시멘트도 이러한 배경에서 정보화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시멘트의 정보화를 총괄하고 있는 양길우 정보시스템실 이사는 다른 기업에 비해 정보화 시작은 늦었지만 생산, 유통, 영업 등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효율화해 원가절감과 함께 생산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현대시멘트가 최근 몇 년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정보화는 원가 절감과 업무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 이사는 먼저 비효율적인 시멘트 출하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단양공장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영월공장에 자동출하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어 올해는 성북, 의왕, 대전 등 10개 유통기지에도 자동출하시스템을 가동했다.

 자동출하시스템은 과거 사람이 수작업으로 직접 레미콘 차량에 시멘트를 싣던 것을 전자태그(RFID)를 활용해 무인으로 자동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즉,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가 차량을 지정된 장소에 갖다 놓고 RFID칩이 든 카드를 단말기로 읽으면 자동으로 적정량의 시멘트가 적재된다. RFID칩에는 거래처, 운전기사, 발송지, 적재량 등에 관한 정보가 입력돼 있다.

 양 이사는 “이 시스템을 구축한 후 레미콘 차량에 시멘트를 적재하는 시간이 대당 12분으로 줄었다”면서 “과거에 담당자를 찾기 위해 소모했던 시간들까지 고려하면 회전속도는 매우 빨라진 셈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시멘트는 자동출하시스템 가동 후 영월공장에서 하루 최대 300대의 레미콘 차량을 소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시멘트는 기존에 갖춰진 정보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업정보에 대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것이다. 양 이사는 “그동안 영업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게 유도했다”며 “이를 통해 지난 10년 치의 영업정보를 DB화할 수 있었고 현재는 영업부서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DB화 사례는 다른 시멘트 기업에게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그동안 IT기반으로 원가절감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 왔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재정상의 이유로 대부분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대시멘트는 지금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충분한 준비를 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과제 수행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추진될 정보화 영역은 설비 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양 이사는 “시멘트에 들어가는 원가는 어느 회사든 대부분 동일하다”면서 “따라서 원가를 절감하려면 설비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시멘트는 지난 2009년에 효율적인 설비관리를 위해 설비보존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지원하는 설비예방시스템, 설비점검시스템, 설비보수시스템 등을 추가로 구축하다 중단했다. 이로 인해 본격적으로 설비보존시스템을 가동하지는 못한 상태다. 중단된 나머지 시스템에 대한 구축 작업은 이르면 내년부터 재추진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설비관리를 위한 데이터 활용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내 있는 모든 정보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사모니터링시스템(EMS)을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IT운영담당자는 휴대전화로 시스템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을 수 있어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처리가 가능하다.

 모바일 오피스 구현도 준비한다. 특히 영업시스템을 모바일로 구현해 영업직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거래처 정보는 물론, 주문과 수금 업무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각종 업무시스템과 연계해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는 것은 좀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현재 현대시멘트 대부분의 업무시스템이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으로 구축돼 있어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 웹 환경으로 마이그레이션을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단, 성우그룹 전체 42대에 해당되는 서버에 대한 가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양 이사는 성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시멘트 외에도 매각을 앞두고 있는 성우리조트와 성우건설의 최고정보책임자(CIO)도 겸직하고 있다. 양 이사는 “성우리조트의 경우 지난 1995년부터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리조트와 골프장의 정보시스템이 연동돼 있어 어디에서든 이용과 결제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리조트 정보화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

 양 이사는 “우리나라 골프장의 정보화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골프장의 많은 시설에 대해 정보화가 적용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골프장에 심어져 있는 수천만원 가격의 나무와 코스 등 다양한 시설 모두가 적절하게 관리돼야 비용절감은 물론, 서비스 수준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우건설은 앞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하자 보수시스템과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대상의 입주예약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양 이사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대대적인 IT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보다는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을 현업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가다. 이를 위해 최근 전략, 경영, 마케팅, 인사, 재무 등 10개 영역에 대해 IT기반으로 업무를 혁신할 수 있는 과제를 도출하고 있다.

 향후 과제가 도출되면 이를 현업과 함께 이행하면서 현업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정보시스템을 이용하고 프로세스를 혁신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양 이사는 같은 맥락에서 현업과 IT가 보다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약력>

 양길우 현대시멘트 정보시스템실장(CIO)은 건국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해 1987년 현대시멘트 전산실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시멘트 ERP개발팀장, 현대성우리조트 ERP개발팀장, 성우종합건설 전산팀장 등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현대시멘트를 포함해 성우그룹 전체 CIO를 맡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