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 노사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신입행원 연봉 정상화, 메가뱅크 저지 등을 내걸고 갈길 바쁜 은행과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SC제일은행노동조합(위원장 김재율)은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제일은행노조는 사측이 전직원에 대한 개별 성과급제와 후선발령제도 도입을 고집한다고 판단, 이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일은행노조는 지난달에도 한 차례 시한부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 행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우리 은행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노조의 파업에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문호)도 신입행원 연봉 정상화와 메가뱅크 저지, 관치금융 철폐 등을 위해 투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22일 서울광장에서 조합원 2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문호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관치금융이 강화됐으며, 신입 직원은 초임을 20%나 삭감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메가뱅크 논란, 저축은행 부실 등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이에 맞서 예년보다 강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사이 감정의 골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둘 사이의 교섭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입주한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전은서비스는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금융노조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역시 교섭 불성실 등을 근거로 신동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을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최근 금융권의 노사 이슈는 시중은행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금융당국이 노사간 적절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