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격 100원 환원해도 소비자 부담은 적을듯

 내달 6일 석유제품 가격이 리터당 100원씩 환원하더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24일부터 비축유를 방출키로 함에 따라 서부 텍사스산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4.39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6.95달러 하락했다. 한국 의존도가 높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장 마감 이후에 해당 조치가 발표돼 반영되지 않았으나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상승폭은 얼마나=비축유 방출의 가장 큰 효과는 공급물량 확대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비축유 4800만배럴을 방출했을 당시 국제유가는 5달러 가량 떨어졌다. 이 경우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리터당 35원 수준이다. 이번엔 총 6000만배럴을 방출하면서 국제유가 하락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비축류 사용에 따른 수수료다. 이번 조치는 국제 공조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정유사에 대여하는 형태로 공급돼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GS칼텍스는 최근 비축유 87만배럴을 대여하면서 16.7%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비축유 방출 인하효과를 보기 위해선 국제유가 하락폭을 감안해 수수료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도경환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이번 비축유 대여는 정유사가 원한 게 아니라 국제 공조에 따른 것이라 정유사와 협의해 별도 수수료를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유제품가격 급등 현상은 없다=정유사가 공급가격을 예전대로 리터당 100원씩 환원해도 주유소에 기존 물량이 일부 남아있어 실제 판매가격은 천천히 오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 4월 가격 인하 조치 이후 기존 물량 소진 때까지 가격이 천천히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주유소가 1주일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가격 환원효과는 1주일 이상은 지나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시기에 비축유 방출로 인한 국제유가 인하 효과가 국내 제품 가격에 반영돼 리터당 100원씩 환원돼도 상당 부분 상쇄될 전망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국제유가가 국내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2~3주로 보면 7월 둘째주부터는 가격이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지 않기 위해선 정상적인 유통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정유사가 일부러 공급량을 조절하거나 주유소가 사재기를 하면 소비자의 가격 부담은 급증한다.

 지경부는 이를 위해 다음주 석유유통단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경환 국장은 “정유사와 주유소의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확인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자 이번 석유 유통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