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에 이어 지난 주말 한국, 일본, 네덜란드 법원에도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양사간 특허 소송전이 갈수록 확전되면서 사상 초유의 휴대폰 특허대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향후 소송결과에 따라 사상 최대의 로열티 부과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양사가 소송국을 늘려가며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상대의 특허 위력을 의식한다는 방증이어서 서로의 특허권을 인정하는 ‘크로스 라이선싱’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가 자사의 아이폰3의 디자인 등을 베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일본, 네덜란드에도 비슷한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애플이 데이터분할전송, 전력제어, 전송효율, 무선데이터통신 등의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한국, 일본, 독일 등에 일제히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일종의 맞대응이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 4월 미국 법원에 소송한 이후 삼성의 맞소송에 즉각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다 갑자기 여러 국가로 확전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래 특허 맞소송전이 여러 국가로 확전되는 수순을 밟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했지만, 한참 지난 뒤에 여러국을 한꺼번에 몰아치듯 하는 것은 다분히 계산된 행동 같다”고 말했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국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일종의 ‘여론몰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한국 맞소송은 삼성이 제소한 공판이 열리기 일주일여를 남기고 전격 단행됐다. 미국 법원에서도 공판이 본격화돼 양사간 신제품 증거물 열람권을 놓고 공방이 한창이어서 이번 확전이 기싸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전이 확대된 국가가 삼성전자가 제소한 국가들과 대부분 겹쳐 ‘크로스 라이선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근 애플이 무선이동통신 기술과 관련 특허소송에서 노키아에 패소하면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통신 관련 기술 소송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휴대폰 통신기술 분야에서 방대한 특허를 쌓아온 만큼 이번 특허사태를 애플과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주 애플이 미국 법원으로부터 취득한 멀티터치 특허는 2개의 구동화면(프레임)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 하나는 한 손가락으로, 하나는 두 손가락을 사용하는 유저 행동(제스쳐)에 관한 것으로 주로 아이폰에만 적용돼 삼성전자 등 다른 휴대폰 업체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