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광역경제권이 떠들썩하다.
광역경제권은 현 정부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산업권과 역사·문화적인 동질성 등을 고려해 설정한 권역이다. 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 5대 광역경제권과 제주·강원 2대 특별광역경제권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난 3년간 정부의 지역산업 정책은 광역경제권 중심으로 시행돼왔다. 광역경제권선도산업, 광역경제권연계협력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행정구역 중심의 작은 지역 경제권에서 벗어나 지역간 연계와 협력을 통해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취지 자체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려왔다. 가장 큰 문제는 ‘무늬만 광역경제권 사업’이라는 점이다. 포장은 그럴싸한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자체별로 쪼개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올 초 광역경제권 관련 사업 평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말만 광역이지 실제 사업 내용은 각 지자체가 나눠 먹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내년부터 광역경제권선도전략산업으로 확대·재편되는 광역경제권선도산업도 뒷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각 권역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내놓은 산업군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미 지자체간 갈등도 표출됐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달 ‘5+2 광역경제권’을 조건부 탈퇴할 수 있다며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 지사는 호남권 선도산업인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나눠 먹기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역별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의 역할도 논란거리다. 출범 당시 이 기관은 광역경제권 단위의 발전 정책을 기획하고 관련 사업을 이끌어갈 싱크탱크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전문 기획·평가 위원들이 인력난으로 기획력이 떨어지고, 사업 실행 기관인 선도산업지원단과의 유기적인 연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거꾸로 가는 정부의 광역경제권 산업 육성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자체간 상생을 도모할 지, 아니면 갈등의 골만 깊어지도록 놔둘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신선미 전국취재팀 차장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