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본격 확산에 따라 국내 정보기술(IT) 업체의 시장 진입도 늘고 있다. 외산 솔루션 일색인 가상화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도전장은 반갑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대부분 가상화 프로젝트에서 국산 제품은 고려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상화 영역마저 다른 솔루션처럼 외산 업체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는 틸론을 비롯해 브이엠크래프트, 소프트캠프, 시큐브, 안철수연구소 등이다. 여기에 최근 이나루티앤티와 나노레볼루션이 클라우드 컴퓨팅 전용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기업이 시트릭스와 VM웨어 등 외산 업체의 솔루션만을 우선적으로 검토·도입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분야에까지 솔루션 사대주의와 기존 영업라인에 얽매인 구매 형태가 적용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실제로 제품 선정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벤치마크테스트(BMT) 과정이 생기기도 하고 도입하고자 했던 솔루션이 선정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연기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사업 초기인 국산업체에 대형 레퍼런스 유무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일도 적지 않다. 또 BMT에서 아직 국산 기술로 구현하기엔 어려운 특정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니까 글로벌 제품을 써야 한다는 사고가 국내 가상화와 클라우드 업체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기업 인식과 제도적인 뒷받침마저 부재한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오랜 기간 가상화 제품을 개발해온 최백준 틸론 대표는 “태동기인 현 시점에서 국내 가상화 회사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부유출을 막고 기술 식민지를 벗어나는 데 있어 가상화가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가상화 솔루션과 벤처 육성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들의 이런 반응에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국산 가상화 솔루션은 실제 기능상의 이슈 때문에 선뜻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기업에 불이익이 없도록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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