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휴대폰 보조금 조사 잣대놓고 `시끌`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의 휴대폰 보조금 탈법 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조사 기준을 놓고 통신사 간 공방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KT와 LG유플러스는 방통위가 정한 조사 대상 기간에 SK텔레콤이 보조금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친 시기가 비켜갔다며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면에 SK텔레콤은 근거가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1일 이통사 휴대폰 보조금 조사를 발표와 함께 조사에 착수, 이르면 이달 말 실태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실태조사 이후 위법 상황에 대한 과징금 추징건을 내달 중 위원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실태조사 기간을 방통위 자체의 ‘시장모니터링 지표’가 개발·가동된 4월 이후부터 이달까지로 잡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에 유리한 기간 산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1월부터 4월까지 대대적인 보조금 마케팅을 펼쳐왔고, 이에 대응해 KT와 LG가 5월부터 마케팅을 시작했다”며 “SK텔레콤이 방통위에 경쟁사 보조금 마케팅을 방통위에 신고한 시점도 이와 맞물리는데 굳이 KT와 LG의 마케팅이 본격화된 시점을 조사 기준으로 삼은 것은 다분히 편파적”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변칙 보조금이 주로 투입되는 번호이동 고객 수를 놓고 볼 때 LG유플러스는 1월에 2만6029명, 2월에는 1만53명의 대규모 고객이 SK텔레콤으로 이탈했다. 반면에 5월에는 3209명을 SK텔레콤으로 뺏아와 양사의 마케팅 시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이번 조사가 아직 요금인하안을 발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모종의 압박이라는 볼멘소리도 내놓고 있다. 요금인하안을 이미 발표한 SK텔레콤이 경쟁사 보조금 마케팅을 신고한 뒤 바로 조사가 착수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월과 2월에는 SK텔레콤이 오히려 KT에 5만명 가까이 고객을 뺏긴 상태라서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창희 방통위 시장조사과장도 “지난 4월부터 시장모니터링을 해왔고 최근 SK텔레콤 신고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조사기간의 편파성 논란도 업체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보조금 조사는 지난해 9월 첫 조사로 20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부과한 이후 불과 9개월만에 재연되는 것이어서 통신사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과징금 기준액 산정은 중대성(약함·중대·매우중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난해 ‘약함’으로 과징금을 이미 부과받은 터라 이번에 동일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중대’나 ‘매우중대’가 적용돼 2~3배의 무거운 과징금도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매출액 대비 과징금이 부과돼 조사기준 편파성 논란에도 SK텔레콤이 더 많은 과징금이 예상되지만 SK텔레콤이 신고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경쟁사들은 시장의 50% 이상을 과점하는 SK텔레콤으로서는 후발업체의 과도한 보조금 마케팅이 사라지면 훨씬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순증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신업계와 별도로 휴대폰 업계는 이번 방통위 조사로 향후 보조금 축소로 인한 휴대폰 교체 수요 감소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