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에 정부와 국민이 많은 지원을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젠 과학자들도 뭔가를 보여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세정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 이사장은 창립 2주년을 맞은 연구재단의 중점 추진과제로 ‘노벨과학상 수상 토대마련’을 제시했다. 한국이 노벨과학상의 불모지라는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연구재단이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을 살펴보면 30대에 이룬 연구 성과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 박사학위를 마친 직후인 30대가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고 도전적 연구를 수행할 의지가 충만한 시기라는 것이죠.”
무려 3조원에 달하는 국가 R&D자금을 집행하는 연구재단은 이 같은 젊은 과학자들이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오 이사장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확대다.
“국가과학자지원, 리더연구자지원(창의적 연구) 등 중견연구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잘 갖춰진 반면,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풀뿌리 연구를 중시해 소액의 연구과제 지원은 확대하면서도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은 답보상태입니다.”
그는 또 “국내 과학자들은 연구지원 부족으로 소중한 30대를 허비하고 있다”며 “외국에서 활발히 연구하던 과학자들도 귀국하면 정착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없어 연구 장비를 갖추는데 5년 이상을 허비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재단은 당장 지원 금액을 621억원(지난해)에서 790억원(올해)으로 증액하는 등 신진연구자 지원을 대폭 강화 중이다. 성실실패용인제도 시행 등 창의적 연구 환경 조성도 노벨과학상 수상으로 가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평가에서 탈락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향후 몇 년간 연구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성실실패용인제도는 비록 연구결과가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연구자가 성실히 연구한 경우 성실실패로 인정, 다시 연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창의적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연구재단은 개인연구자지원사업의 ‘모험연구’와 원천기술개발사업의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에 한해 올해 처음으로 성실실패용인제도를 시행했다. 연구비를 계약(contract)의 개념으로 지원, 계획서에 따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연구자가 제재를 받는 국내 방식은 연구비를 수여(grant)의 개념으로 보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대조적이다.
오세정 이사장은 “이것이 바로 선진형과 추격형의 차이며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에서 과감히 벗어나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노벨과학상 수상과 같은 국민이 감동할 만한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