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국가 핵심 기술을 보호하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이 무려 5년 만에 2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29~30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유력시되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국가 R&D 자금을 지원받아 ‘국가 핵심기술’을 개발한 국내 30여개 기업이 해외에 인수될 경우, 정부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지난 2006년 쌍용자동차 기술 유출 사건처럼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기술만 빼내가는 해외 기업의 악의적인 M&A를 정부가 사전에 차단하는 법적 장치를 갖게 됐다.
‘국가 핵심기술’이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뛰어나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가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기술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일 경우, 피인수기업의 요청이 없더라도 지경부 장관이 긴급조치를 내려 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방어적 긴급조치’ 내용이 들어갔다. 이 밖에도 산업기술보호원의 기능을 조정하고 산업기술 및 국가 핵심기술의 정의, 대안 등이 세심하게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 대상 기술은 전기·전자(5개), 정보통신(12개), 자동차(8개), 철강(6개), 조선(7개), 원자력(4개), 우주(5개), 생명공학(3개) 8개 분야 50개로 구성됐다.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100개 가량이고 이 중 국가R&D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3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시행에 들어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 논의는 2005~2006년 쌍용자동차가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우수한 국내 자동차 기술이 무방비로 중국에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법안에는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7년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09년과 올해 2월에도 재발의했으나 처리되지 못하다가 이번 국회 회의에서 빛을 보게 됐다.
신성필 지경부 국제공동연구팀장은 “개정안이 기업 간 인수합병 현실을 고려해 짜여졌고, 법사위 검토 결과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본회의 통과까지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병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인수합병에 의한 기술유출 가능성이 높아 조속한 법안 처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