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연구소, HP블레이드 기반 슈퍼컴 구축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진이 이번에 구축한 슈퍼컴퓨터의 운용상태를 점검하고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진이 이번에 구축한 슈퍼컴퓨터의 운용상태를 점검하고있다.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장치의 핵심은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 플라즈마 제어기술 확보에 달렸다. 입자 형태를 띠는 이 플라즈마는 핵융합장치 내에 대략 100억개나 존재하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난류처럼 흘러다녀 위치 예측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연구진이 100억개나 되는 플라즈마 입자 하나하나를 체크해 방향을 가늠할 수도 없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플라즈마 난류 시뮬레이션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이경수) WCI핵융합이론센터(센터장 패트릭 H.다이아몬드)가 플라즈마의 불규칙한 흐름을 예측하고, 이를 제어할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세 번째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 구축완료 보고회는 29일 대전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슈퍼컴 구축사업자인 LG엔시스 이성희 부문장과 LG엔시스 파트너인 HP 유충근·김영채 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 슈퍼컴은 HP 블레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대 이론성능이 60.8테라플롭스다. 초당 60조회 이상의 연산이 가능하다. 시스템 집적도는 저전력 그린 컴퓨팅 시스템에 해당하는 55㎜당 48개 코어를 장착할 수 있다. 성능면에서는 기상청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슈퍼컴에 이어 국내 3위다. 세계 슈퍼컴퓨터 톱500에는 423위로 등재됐다.

 핵융합이론센터는 이 슈퍼컴을 이용해 핵융합장치 상용화에 필수적인 플라즈마 난류현상을 연구할 계획이다. 난류현상 연구에는 엄청나게 많은 시뮬레이션 코드를 동시 실행할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엔 수천개 이상의 병렬 계산을 할 수 있는 고성능 병렬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이 슈퍼컴은 이외에도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 핵융합 플라즈마의 분석 및 제어, 고성능 운전 시나리오 개발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핵융합 이론 분야의 세계 석학인 패트릭 다이아몬드 핵융합이론센터장은 ‘핵융합 플라즈마 난류 및 이상 수송현상 규명과 성능의 정량적 예측’ 연구에도 이 슈퍼컴을 이용할 방침이다.

 권재민 핵융합이론센터 부센터장은 “지난해 11월부터 LG엔시스와 협력해 고성능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구축을 완료했다”며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핵융합 연구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연구 기반이 취약한 시뮬레이션 기술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충근 HP 이사는 “이 시스템은 공간집적도가 뛰어나고 랙형 서버 대비 전력 절감 효과가 큰 서버와 별도의 항온항습기 없이 자체 냉각이 가능한 수랭식랙을 사용했다”며 “시스템만으로는 톱500에 등재된 국내 슈퍼컴 가운데 소켓당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서울=안호천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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