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한 CJ그룹이 오는 2020년 물류 부문에서만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식품·생명공학·엔터테인먼트 & 미디어와 함께 ‘신물류’를 기업 4대 사업군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관훈 CJ그룹 대표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한통운과 계열사인 CJ GLS의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7대 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2020년 물류사업으로 20조원 매출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한통운이 육상운송·해운항만 등에 강점이 있는 반면에 CJ GLS는 보관·배송 경쟁력이 강해 두 회사의 동반상승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한통운과 CJ GLS는 지난해 기준 국내 ‘3자 물류’ 부문에서 매출 1·2위를 기록했다. 3자물류란 계열사 및 모회사 내부 물량이 아닌, 제3자 물류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현재 대한통운(2조5000억원)·CJ GLS(1조3000억원) 매출을 합치면 세계 20위권이지만, 목표대로 2020년 20조원을 달성하게 되면 덴마크 ‘DSV’에 이은 7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응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자금 동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는 CJ GLS 유상증자와 차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관훈 대표는 “제안서 제출 직전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일부 경쟁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유 현금 등 재무상태를 볼 때 결코 과한 금액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CJ제일제당·CJ GLS 컨소시엄은 인수금액으로 2조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각각 1조원씩 부담해야 한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CJ GLS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이례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보 하루 만에 긴급 개최됐다. 인수 과정에서 삼성그룹과의 마찰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 대표는 삼성증권 소송에 대해서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며칠 전보다 감정이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였다.
◇미니인터뷰 - 이관훈 CJ그룹 대표
-대한통운 노조에서 인수 건을 반대하고 있는데.
▲노조가 우려하고 있는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다. 오히려 대한통운의 우수한 물류 전문인력이 CJ 물류사업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잘 설득할 것이다.
-삼성증권에 제기하기로 했던 법적 대응은 인수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인가.
▲현재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두고 실무진이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 고심해본 뒤에 실제로 소송을 걸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CJ GLS 유상증자에 부정적인 신한PE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CJ GLS 3대 주주인 신한PE와는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여러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CJ주식회사가 신한PE 지분을 재매수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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